십이국기가 국내에 소개되기 전에 라이센스가 들어온 오노 후유미의 공포물입니다.
시귀(屍鬼)라고는 하지만 간단히 말해 뱀파이어.
화장이 일반화된 현대 일본사회에서, 시체를 매장하는 풍습이 지켜지고 있는 한 산간마을.
그 산간마을에 시귀들이 터를 잡으면서 벌어지는 인간과 시귀들의 싸움이랄까요.
처음에 일본에서 상, 하로 나온 것이 문고판 다섯권으로 나왔더군요.
그 다섯 권도 실제로 보니 꽤 두껍던데(영풍에서 팔더라구요), 한국에서는 그것을 세 권으로 냈습니다.
덕분에 줄 간격이랄까 상당히 자잘해서, 전에 본 십이국기나 마리미테랑 비교가 되었다는.
그래서 그 세 권 중, 1권을 처음에 읽고 2, 3권은 일주 후에 읽었습니다만..
2, 3권을 시험기간에 읽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1권은 지루했었던 데 비해 2, 3권은 재미있더군요.
1권은 시작부분이라 전개가 안 되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악령이 깃든 집’같은 경우는 히라이(히로이였나)처럼 심령현상에 대한 반응을 보는 게 재미있었거든요. (참고로 저라면 히로이처럼 고지식하게 부정했을 거라는.)
1권에서는 그런 반응이 없어서..
하지만 2권부터는 마성의 아이에서와 마찬가지로 시귀들을 향한 인간(집단)의 심리라던가,
시귀의 존재가 인정받기 전까지의 각 사람들의 심리. 아내를 실험대상으로 쓰면서까지 시귀에 대항한 의사씨(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인간을 잡아먹는다고는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시귀를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세이신이라던가(이 사람 용서가 안 돼).
또 이미 시귀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떠들어댔다가 괜시리 마을사람들에게 그 존재를 부정하게 만들어버린 할머니라던가, 괜히 부적 뗐다가 아들을 죽게 놔둔 아버지라던가, 기타 등등.
그런 심리가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공포소설이라지만 역시 하나도 무섭지는 않았던..)
게다가 마성의 아이보다 한 수 위였다는 느낌.
그 밖에 혈액부족으로 인한 갖가지 빈혈이니 장기부전 발생 기전이라던가, (새삼스런 말이지만 다 까먹었음.. 이번 방학은 혈액학도 다시 공부해야 하려나)
catheter(도관-오줌을 빼면 도뇨관이지만 피를 집어넣는 거라면 도관이라고!)를 katheter라 쓴 걸 보면서 역시 일본은 독일쪽 용어를 따라가는구나 라던가,
그 catheter를 카테테르라고 읽는다던가, cyanosis(청색증)을 치아노제(뭐야 그게ㅡ_ㅡ;)라고 읽는다던가,
괜시리 피를 끓게 만드는 장면이 있더군요…
특히 나중에, 시귀의 정체는 그 피에 있는 거라면, 인간이 피를 빨리는 것만으로 어떻게 전염이 되는 건지..
피를 빨면서 시귀의 피가 인간에게 가는 거야? 아니면 타액으로도 전염이 되는 거야?(아마 이 쪽이겠지만 여기서는 피를 강조했으니)하고 츳코미를 넣고 있었다는…
다음엔 東京異聞이라는 작품(단권)을 사 볼까 생각중입니다. 시귀랑 비슷한 느낌일 거 같은.
..그나저나 대체 십이국기 12권 언제 나오려나.
3 Comments
Add Yours →십이국기 12권을 내실 마음은 있는걸까요[먼산]
시귀는 올여름을 맞이하며 읽었던 것 같은데. 역시 호러물이면서 하나도 안 무서웠습니다만 읽고 난 후에 또 세상이 한층 어둡게 느껴졌습니다. 세이신은 저도 개인적으로 별로. 차라리 도루라는 청년에 더 감정이입해서 본 듯 하네요.
오노씨 소설은 읽을 당시보다 읽고 나서 곱씹을 때 더 묘미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의 공포소설이었습니다 시귀도..
우리학교 도서관에 오노후유미는 소야불유미…
십이국기정말 얼른 더 나왔으면…. 11권은 지금 정리중이란다. 중간고사 끝나고 축제 기간이나 어린이 날이나 그때쯤이나 빌려볼까…키리하라가의 사람들도 있더라 우우
아, 우리도 소야불유미로 나왔어. 뭐 小野不由美니까…
키리하라가의 사람들 추천. 네 취향에도 맞을듯.. 재미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