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백년의 수마 LABYRINTH IN ARM OF MORPH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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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숲이 하룻밤사이 바다로 변했다는 전설을 가진 섬, 일 산 잭. 22세기의 여행자 미치루와 로이디가 이 섬에서 만난 「여왕」은, 이전 다른 땅에 군림했던 아름다운 사람과 판박이였다――. 왕궁 몬 로제에서 발견된 머리 없는 승려의 시체, 범인이라고 의심받은 미치루, 또다시 사라진 바다와 출현한 사막. 수수께끼로 가득 찬 섬을 무대로, 숙명의 끈으로 맺어진 「여왕」과 미치루의 이야기의 제 2장이 시작된다.

*

육체 같은 게 있으니까, 그렇게 무거웠던 거다.
뭘 해도 바로 지치고 말았다.
겨우 중력에서 해방되었다.
애초에, 그 부분은 여분이었다.
그래, 단순한 그릇.
그것이 없으면 자신이 존재할 수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자유롭지 않은 것이, 존재의 증거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애초에, 존재란 무엇이지?
존재하는 것의 가치란, 무엇이지?
자신이 존재하는 것으로, 그 위치를, 그 장소를, 점유한다.
타인을 배제하는, 그것이 뭐?
의식이 있으면 되나?
의식만 없어도 돼.
없으면,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생각하고 싶지 않아.

*

백년 시리즈의 2장. 해설 와타야 리사(어째서! 라고 생각하고 해설을 읽었으나 그냥 무난한 이야기였음).
죽은 연인 아키라가 남긴 자료를 조사하다, 이전 아키라가 백년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섬을 취재하려 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흥미를 느껴 취재 요청을 한 미치루. 뜻밖에도 섬에서 취재에 응하는 대답이 돌아왔고 미치루는 지난 백년간 외지인이 들어간 적 없다는 섬의 왕궁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날 밤 왕궁에서 머리 없는 승려의 시체가 발견된다. 라는 클로즈드 서클 미스테리물-을 위장한, SF. 왜냐하면 범인이 머리를 자른 이유라든가가 현대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1권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한 명 죽었으나 다들 그다지 동요하지도 않고, 소설의 흐름도 살인보다는, 미치루의 육체와 의식의 관계(자세히 말하면 1권의 네타가 되므로 안 쓰겠지만)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싶습니다. 그리고 수면과 죽음의 차이는? 같은 이야기도 하고.

에너지 문제가 해결됨으로써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로워진 세계. 그러나 오히려 전체 인구는 1/3로 줄고, 서로 교류하지 않고 자급자족하는 소규모의 국가가 여럿 나타나기 시작한 근미래. 워커론이 모든 일을 해주고, 그래서 옛날보다 능력이나 지식의 가치가 떨어진 세계-라는 어찌 보면 쇠퇴하고 있는 인류가, 어떻게 다음 인류로 대체되는지-아 더 말하면 네타- 말하고 싶었던 걸까 하는 게 끝까지 읽은 감상이었고요.
책을 읽는 중간에 든 감상은 수면과 죽음의 차이는 무엇인지, 그냥 죽어버려도 될텐데 왜 안 죽는 것인지, 같은 모리 히로시의 다른 작품에서도 보였던 허무주의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었습니다 ^^. 1권의 냉동 수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중간중간 클론이라느니, 태양을 따라 하루 한 바퀴 도는 섬이라느니, 라는 설정도 역시… 모리 히로시… 이과생…

3부도 읽어야겠는데 아직 문고본이 안 나와서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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