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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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지 불필요한지는 아무래도 좋다. 하고 싶으니까 한다. 이것은 신념이다―비밀스러운 오프라인 모임에서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발생, 하나의 열쇠를 필사적으로 찾는 남자들을 그린 「A컵의 남자들」, 거짓말장이 여우 살해사건의 범인을 둘러싸고 동물들이 추리를 펼치는 비본격추리동화 「동물의 숲 살인(수?)사건」등 논시리즈 작품에, 네코마루 선배 탐정담 「독과 연회의 살인」을 특별수록한 전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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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구라치 준은 잊고 살았는데, 카타야마 와카코가 표지를 맡은 문고본을 찾다보니 구라치 준 장편/단편집이 걸려나오길래 위시 리스트에 넣었다가 이번에 하나 건져왔습니다.
도쿄소겐샤에서 나온 구라치 준 단편집 두 권 중 뒷권입니다. 뒷권이긴 하지만 시리즈가 아닌 단편집이니까 뒷권 먼저 읽어도 ok. 앞권은.. 기회가 되면 읽을지 어떨지 모르겠달까.. 이 문고본의 독후감이 전체적으로 많이 재미있지는 않았거든요. 본격추리가 아닌 단편도 꽤 섞이고 해서.

일단 단편 소개.

1. A컵의 남자들
여장 취미는 없지만 브래지어를 찰 때의 그 조이는 느낌이 좋다! 라는 남자들의 오프라인 모임. 방문을 잠그고 윗도리를 벗고 브래지어만 착용하고 참가하는 그 오프라인 모임에서, 멤버 중 한 명이 철로 만들어진 브래지어(…)를 피로합니다. 그 아름다움을 칭찬한 후 수다를 떨다보니 브래지어를 잠그고 열 수 있는 열쇠(특수제작이라 후크식이 아님)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과연 누가 열쇠를 숨긴 걸까? 라는 추리 게임입니다.
….뭐 개그긴 한데요, 추리는 나름 진지하게 풀어지기는 하지만.. 추리의 근거가 되는 논거 중 하나가, 브래지어 차본 적 없는 남자니까 할 수 있는 오해였던지라 전 읽으면서 짜게 식었습니다;;

2. 진범인을 찾아라(가제)
라디오 방송으로 살인사건에 대한 사항을 내보내고 청취자로 하여금 범인을 찾게 한다는 이야기. 그런데 (작중에서도 언급되지만)트릭이 공정하지 않은지라…

3. 사무라이 탐정혈풍로
추리를 하는 사무라이를 그린 B급 영화를, 화자가 영화를 보는 내내 츳코미를 넣으며 감상한다는 이야기.
사무라이 한 명이 피살되고, 그 피살된 길의 앞뒤에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무도 범인이 지나가는 것을 못 보았다- 라는 수수께끼를 던져넣고 그 후는 내내 B급 영화에 대한 츳코미를 말합니다. 뭐 나름 재미있다면 재밌는데… 나중에 밝혀지는 수수께끼 풀이가 그야말로 공정하지 못하달까 B급 영화라서 식었습니다.

4. 편재
조상 대대로 내려온 고문서에, 불로불사를 만드는 주술이 적혀져있는 것을 알고 실제로 시행한다는 이야기. 처음엔 미쓰다 신조삘인가 했는데.. 미스테리가 아닙니다;
작가후기에서도 ‘본격 미스테리는 아니죠’ 라고.. 나름 살인이 나오니 넓은 의미의 미스테리!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5. 동물의 숲 살인(수?)사건
동물들을 의인화해서 꾸려간 이야기. 알리바이 조사라던가, 사건 현장 근처의 지도라든가, 꽤 본격으로 밀고 가는데…
동물들이 우글우글해서 괜히 산만하기만 하다 싶고 처음에는 별로 마음에 안 들었으나 진상은 무릎을 치게 만드는지라, 이 쪽은 기분좋게 속았다 싶었습니다. 여섯 단편 중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6. 독과 연회의 살인
작가의 대표작인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 중 단행본화 되지 않은 단편. 네코마루 선배는 일상 미스테리인지라 저는 단편 한 편 본 게 다였는데, 이번에 읽은 게 두번째 단편이네요.
작가 후기에도 네코마루 선배는 일상물이 되어버려서 살인이 나오는 이 단편만 붕 떠있었는데 이번에 책으로 실렸다며.
…그러나 살인사건이 나오기는 하나 이 쪽도 트릭을 풀기보다는 범인의 심리상태에 대한 이야기라 소화불량 느낌.

작가 후기도 읽다보면(처음으로 작가 후기라는 것을 써보았다고) 존댓말이었다가 반말투의 독백이었다가 오락가락하고, 전반적인 평가는.. 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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