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넓은 세계에 둘 뿐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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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마을 사이의 좁은 길을 나는 걷고 있었다.
아스팔트 위에, 나의 조그만 그림자, 미약한 가로등이 길을 비춘다. 초승달이 뜬 밤. 조용했다. 그 정숙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그림자 같은 발걸음으로, 늑대가 나타났다. 하얀 늑대.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늑대는―― 말했다. 「나와 결혼해주지 않겠나.」

추운 겨울 어느 날, 하얀 늑대에게 갑자기 구혼받은 소녀 츠카기 사키. 고독을 마음에 품은 둘이 만났을 때, 현실세계에 “신화”가 침식하기 시작한다.


제 4회 MF문고 J 라이트노벨 신인상 가작 수상작. 현재 3권까지 나와있고 국내엔 미소개. 저에게 있어서는 처음 읽는 MF문고네요. (제가 MF문고를 읽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일러스트는 나나쿠사. 저에게 있어서는 처음으로 호감을 가진 나나쿠사의 일러스트네요.
왜냐면 카미사마 게임은 무녀 주제에 쓸데없이 가슴이 커서 첫인상이 안 좋았고..
사신의 발라드는 3권까지 읽은 소감으로는 죽은 사람의 유언을 사신이 들어주고 그로 인해 남겨진 사람들이 구원을 받는다는 패턴의 무한 반복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 소설 표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늑대가 너무 작기는 합니다만… 물론 늑대가 생각보다 크지는 않은 동물이라는 것은 알지만, 여자애 얼굴이 훨씬 크잖아…..
그리고 컬러의 전투신에서는 좀 더 피가 흐르고 처절한 모습인 게 좋았을텐데.


하여간, 소개글로는 어떤 내용일지 선뜻 감이 안 오지요. 가정 환경으로 인해 인간의 세계인 ‘마을’에서 고립된 존재인 소녀와, 털 색깔로 늑대의 세계인 ‘숲’에서 고립된 존재인 흰 늑대가 만나고, 세계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입니다(맞나?).
흐름은 소녀의 1인칭으로 흘러갑니다. 개행이 짧지만 툭툭 끊어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신인이라는 것을 제하고도 전체적으로 무난한 느낌이네요.

소녀와 늑대는 결혼함으로써 자신들이 속한 세계를 버립니다. 늑대는 숲을 버리고 인간의 곁으로- 그리고 숲을 적으로 돌리게 되고, 소녀는 스스로 인간을 버리려고 하죠.
이 인간을 버리는 과정의 소녀의 사고 흐름이 차갑고 건조해서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끔 귀여운 면모를 보여주는 시로(늑대)도 좋아하지만요. 그래서 점수를 좀 후하게 줬습니다—만,

이 인간을 버리는 과정에서 꼬이기 시작한 ‘신화’가- 1권에서는 아직 명백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만, 1권 마지막에 시작되는 시로의 ‘자아 찾기 여행(..)’과 어울려 로드 무비가 되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불안하네요. 2권까지 읽고 판단해야 할 듯.

어차피 일본에서도 그다지 주목은 받지 못했던 모양이니… ㅡ_ㅡ
시간만 있으면 조금씩 번역이라도 해서 소개하고 싶은데 아쉽네요. 요즘은 왠만한 괜찮은 작품은 전부 라이센스로 나와버려서(따라잡힌 작품도 한둘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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