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모형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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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골시체는 없었다.
소년은 그보다 훨씬 이상한 것을 보았다.
방 한쪽 구석에 인체 모형이 하나 서 있었다.
소년이 과학실 뒤의 창고에서 본 인체 모형과는 너무나 달랐지만, 달리 부를 방법이 없는 물체였다.
(중략)
소년은 다시 한번 인체모형을 바라보았다.
다가갔다.
인체 모형의 가슴에 귀를 바싹대어 본다.

멀리 희미하게
톡톡
톡톡
거품과 같은 중얼거림이 울려왔다.


북스피어에서 나온 11편의 호러 단편집입니다. 작가인 나카지마 라모는 이 책이 국내 첫 소개작.
곧 무너질 비밀 기지에 안녕을 고하러 온 소년에게, 인체 모형이 들려주는 11개의 이야기-란 내용입니다. 11개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색이지만, 꼽아서 말하자면 호러 소설이네요.
여기에서 나타나는 호러의 원인은 초자연현상이기도, 자연이기도, 인간의 악의이기도, 유령이기도 합니다. 원래 저는 호러 소설을 읽어도 그다지 무서워하거나 오싹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처음 세 편은 인상이 짙었네요. 특히 장님 붕장어.

작가 나카지마 라모 자신도 꽤나 독특한 프로필을 갖고 있더군요. 사실 평소 작가의 프로필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북오프에 가면 찾아볼 작가가 한 명 추가되었네요 ^^

북스피어에서 다음 출간 예정작으로 ‘오늘밤, 모든 바에서’를 준비하고 있는데 구입 예정입니다. 츤츤거리는 의사 따위 관심은 없지만(나도 피곤하면 츤츤거린다고!(…)) 재미있을 거 같네요.

5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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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잠시 백의를 입고 츤츤한 삼끼 님을 상상하고 말았습니다…. 병원에 놀러 가고 싶은 마음도 불현듯 들지만, 그렇게 민폐한 인간은 되지 말아야겠죠;;

유우님의 환상을 깨기 위해 말씀드리자면 정확히는 츤츤거리는 게 아니라 짜증과 화풀이를 내는 모습일 겁니다(;;).

츤츤!!! 아 뭔가 상상되네요….
저도 유우님처럼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문제는 가서 “삼끼님 어디계세요”라고 했다간 큰일날듯 ㅎ

인체모형이 말한다는게 제일 호러틱한데요…..

삼끼라고 해도 다들 누구인지 모를테니(<-진지).. 인체모형은.. 저는 프롤로그의 인체모형은 괜찮았는데 에필로그의 인체모형이 조금;

설마, 프롤로그에선 상냥하게 얘기만 하다가
에필로그에서 갑자기 흉폭해지는 그런 건 아니겠지요
전형적인 호러영화틱한 느낌……히엑
어렸을때 의자가 얘기한다는 어린이용 일본 소설은 읽어봤습니다만…(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 그건 히로시마 관련이었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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