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개의 눈동자

1928년, ‘세토내해가 호수처럼 보일 정도로 튀어나온’ 곶마을에 있는 국민학교 분교에 갓 사범학교를 졸업한 오이시大石 선생님이 부임한다. 처음으로 맡은 1학년은 총 열두명.
이 열두명의 제자와 젊은 여선생의 전쟁의 시대에 농락당하는 인생을 그린 소설.

..로서 국민학생때 금성출판사의 아동문학전집으로 나와 읽었던 소설입니다.
갑자기 왜 이야기를 꺼내냐 하면, 이번에 쇼도시마小豆島에 가면서 어디를 갈지 검색하던 중에 二十四の瞳映画村라는 게 있길래 그 땐 (단어의 앞과 뒤만 읽어서)스물네시간 어쩌구하는 영화가 있었나보다 하고 패스했는데, 나중에 한국어로 나온 세토우치 가이드북을 보니 이 소설이 출간 2년후에 영화화를 했는데 그 세트가 있는 곳이라고 해서 알았어요. 쇼도시마 가기 전에 읽어볼까 하고.

사실 소설 원작엔 ‘다도츠역-고토히라구야시마 케이블카-리츠린 공원-타카마츠항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세토내해가 호수처럼 보이는 곶마을이라고만 되어있고 쇼도시마라는 언급은 없지만 작가가 쇼도시마 출신이라 영화화될 때 쇼도시마라고 굳혀진 모양새더라구요.
참고로 영화화 두 번, 드라마 여덟번, 애니로 한 번, 총 열한번 영상화 되었다고 합니다.

여튼 시간도 부족하고 (영화마을)입장비도 비싸고 영화도 안 봤는데 소설에 쇼도시마라고 안 나왔으니 굳이 갈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안 갔지만. 하지만 작중에 언급되는 곶마을과 한그루소나무 마을은 대충 좌표가 나오더라는.

매일 왕복 8km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했는데 14km 나오는데?

제가 이번에 읽은 버전은.. 국내 번역이 총 네 번 되었다는데 그 중 가장 최신 버전(2018년)이지만, 이것도 절판이지만, 1인 출판사가 번역까지 스스로한 듯?
리츠린 공원-밤나무 숲 공원 이라고 번역했다던가, 금비라(고토히라구) 같은 지명과 등화관제같은 단어에 역주가 없었던 건 좀 마음에 안 들었으나 나머진 그럭저럭.
아, 그런데 첫머리의 인물 소개에 열두 제자가 나오면서 얘들이 전쟁 중에 어떻게 되는지 미리 다 나와서 깼습니다;;;
내용은 어릴 때 읽은 기억이 떠오르면서 그게 그대로 나와서 신기하달까.. 그러고보니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금비라니 야시마니 리츠린 공원 같은 거 어떻게 번역처리 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릴 때 읽은 기억 때문에, 실상은 피해자 코스프레인데 기억보정으로 미화된 거 아닌가도 싶었는데 다행히^^ 아니었던 듯. 개인의 자유를 말한 것뿐인데 왜 빨갱이로 몰리느냐라든지, 여교사는 겨우 마흔살밖에 안 되었는데 늙었다는 말을 들으며 은퇴를 해야하냐는지, 전쟁 중에 태어난 아이들은 정말로 전사를 영예롭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전쟁이 끝나니 인식이 바뀐다던지.. 하는 군국주의/가부장제에 반박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교사가 마흔 운운은 제 기억에도 없었던 내용이라 금성판이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주인공 오이시 선생은 저 열두명의 1학년 1학기, (중간에 아킬레스건을 다쳐서) 5, 6학년만 가르친 후 동료 교사가 빨갱이로 몰리는 걸 보고 염증이 나서 교사를 그만두었다가 종전 후 복직하는데 전 그게 할머니 되어서라 생각했는데 겨우 마흔살이었음… 지금의 나보다 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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