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쇼산지

12번 사찰에 가기 전에 점심을 먹으러 향합니다.
차로 40분 달려서 도착한 곳은 田中食堂이란 곳이었는데, 우리 같은 단체객만 상대하는 식당 같았어요(메뉴판이 없었음).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면서 우동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왜?) 말했는데…

우동이 나옴
국물이 무척 상냥한 맛이긴 했는데 아무래도 면이 대량 생산된 면이라 전날에 우동현에서 건너온 몸에는 그냥 그럭저럭.
우동에 올라간 과일 조각은 스다치スダチ라는 도쿠시마 특산인 감귤류였습니다.
그 옆의 초밥은.. 그냥 초로 간이 된 밥(..)에 버섯이니 말린 야채가 올라간 건데 이것도 도쿠시마 향토요리인 오시즈시押し寿司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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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 앞의 주차장에서, 택시..라고 불렸던 29인승 마이크로 버스로 갈아타고 쇼산지로 향합니다.
그런데 이 마이크로 버스는 한 번에 여러 관광회사랑 계약을 맺은 모양인지 올라갈 때도 내려올 때도 앞 투어 그룹(타 관광회사)이 간 다음 우리를 실어날랐네요.
2시 좀 넘어서 절의 주차장에 도착. 이곳은 우리나라의 도산사마냥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빠진 후 길을 걸어서 절로 향하는 식이었습니다.

오른쪽이 산, 왼쪽이 하계라는 점에서 도산사가 연상됨.
왼쪽의 하계에는.. 산에 구름 그림자가 비치길래 찍어봄.
그리고 우측에는 도중도중 불상이 나왔는데 왠일로 와상이 있길래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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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 사찰 쇼산지焼山寺는 표고 938m인 쇼산지산의 중간에 위치한 절로서 해발 705m라고 합니다. 높이로만 따지자면 88 사찰 중 2번째로 높은 곳이라고.

그러나 제일 힘든 곳인 이유는 이렇게 희망고문을 해서려니..
다음날 간 이치노미야에서도 그랬지만, 이 절, 이랄까 산에서 신기했던 건 나무 높이가 하나 같이 높았던 것.제 옆에서 지나가는 분이 여기 삼나무가 높다고 했는데 삼나무가 맞는가…

제일 힘든 곳인 것 치고는 사람도 많았고(대부분 그룹 투어겠지만, 차 타고 가는데도 서너명 걸어올라가는 사람을 보았다 ㄷㄷㄷ), 주차장에서 마이크로 버스 타는 거 기다리는 시간과 버스에 앉아서 가이드가 납경첩 받아오는 걸 기다렸던 시간도 이 절이 제일 길었습니다.
게다가 세 시가 넘어가기도 했고 700m 에 있자니 바람도 차가워서 추웠어요.

할머니들이랑 춥다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 날 처음 저에게 말을 거는 분이 있었습니다. 제가 오른쪽 무릎에 보호대를 차고 갔었던지라, 보호대가 정말로 도움이 되냐고… 가오인가 싶었다고(가오를 이런 용법으로 쓰는 걸 처음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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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시마 역전에는 예정대로 칼같이 5시에 도착.
호텔에 들렀다가 다시 나오기 귀찮아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자 -> 전날 알아본 오코노미야키 집에 갔습니다.

도쿠시마의 오코노미야키는 마메타마豆玉라고 해서, 킨토키金時마메(강낭콩의 별칭)를 달게 졸여서 넣는 것이 특징이래요.
제가 선택한 가게는 ニュー白馬란 곳이었는데 ‘자가제 마요네즈’라는 단어에 끌려서…
가서 메뉴를 보니 추천 메뉴에 나루토킨토키와 마메의 오코노미야키란 게 있길래, 나루토킨토키라는 콩과 일반 콩을 넣은 건가 하고 그걸로 결정.

직접 구울 것인지 아니면 구워서 갖다 줄 것인지 선택하게 하는데 물론 구워서 갖다달라고 했습니다. 마요네즈 바르는 붓이 안 보여서 저렇게 부어버림
미리 말하자면 맛있었습니다. 기본 돼지고기가 들어간 오코노미야키였는데,
알고 보니 나루토킨토키鳴門金時란 토쿠시마에서 나는 고구마에 붙은 브랜드명이었어요 ㅋㅋㅋ(참고로 나루토도 은혼도 안 봄)
돼지고기와 밀가루와 양배추와 소스와 마요네즈라는 익숙하고 맛있는 오코노미야키인데 중간중간 단 고구마와 콩이 치고 들어오니까 뇌가 혼란을 일으키는 맛이었어요 ㅋㅋㅋ 한 번 경험해볼만한 듯.

참고로 제가 일본에서 오코노미야키를 먹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데 굳이 일본에서? 싶어서요.
지금까지 세 번 먹어봤는데
1. 맨 처음 혼슈에 들어간 날 우메다의 후게츠에서
2. 히로시마 갔을 때
3. 이번 토쿠시마에서

히로시마에서는 투 머치 탄수화물이다 싶어서 별로였는데(같은 이유로 야키소바빵 안 좋아함) 이건 맛있었어요. 언젠가 오헨로 때문에 또 갈 일이 있다면 또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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