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햣켄 기담집 – 공포와 전율의 열다섯 가지 이야기

도둑고양이를 없애려 설치한 덫에 잡힌 난생 처음 보는 짐승. 마을 사람들은 뇌수雷獸라고 부르며 쇠창살에 가둬두지만 주인공은 호기심에 몰래 그곳에 잠입하는 이야기 「거적」, 무덤 쪽에서 걸어온 사내와 가게 주인의 모골이 송연해지는 대화 「개 짖는 소리」, 태연히 반복하는 일상이 주는 은근한 공포를 연출한 「사라사테의 음반」, 생계가 어려워 돈을 빌리러 다니는 주인공이 만나는 사람들마다 하나씩 죽어나가는 「그림자」, 일독하면 전율이 느껴지는 옴니버스 소설 「푸른 불꽃」 등 열다섯 편이 수록됐다. 독자들은 세련된 문체가 자아내는 공포와 애수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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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펀딩 중인 우치다 햣켄 기담집입니다. 펀딩 소개글을 보니 후타바 문고판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해서 + 마침 이걸 갖고 있는지라(읽은 건 2021년 하반기) 재독할겸 꺼냈네요.
트위터에는 이 책을 추천한다고 썼으나.. 사실 여기 실린 단편들은 생각보다 제 취향에 맞지 않았습니다(우치다 햣켄 작품이 취향에 맞는 건 잘 맞는데 사실 안 맞는 작품 쪽이 많음;).
전 문장이 알려주는 정경보다 스토리 라인에 집중하는 편인데 우치다 햣켄은 문장을 읽다 보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스토리가 진행되어 있어서 내가 방금 뭘 읽었지 하다가 결국엔 기승전결의 결이 없다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해설을 같이 읽어야할 거 같은데 그 정도의 의욕은 없는…
반대로 결말은 상관없이 글의 분위기를 즐기는 분은 읽어보셔도 좋을 듯.
다행히 북펀딩 목표 금액에는 도달했기 때문에 한국어판은 나오겠죠. 근데 8월 11일까지 마감인데 발간예정일은 7월 30일이고? 흠? 중간에 돈이 부족했나… (표지에 요괴 그림을 썼던데 사기다…)

또 한 가지, 후타바 문고를 참고로 했다는데 실려있는 순서는 후타바 문고와는 다릅니다. 뭔가 의도가 있는 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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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개 짖는 소리 : 무덤 쪽에서 걸어온 사내와 가게 주인의 모골이 송연해지는 대화

환영(영상) : 유리창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에 공포를 느끼는 이야기

사라사테의 음반 : 매일 밤 같은 시간에 죽은 남편의 유물을 찾으러 오는 미망인

효림기梟林記 : 옆집에 일가족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푸른 불꽃靑炎抄 : 미친 오라버니와 살고 있던 시골의 여교사의 이야기를 비롯 네 개의 이야기

승천 : 예수교 병원에 입원한 지인인 게이샤를 문병하는 이야기. 그녀는 점점 예수교에 입신하고

유슈칸 : 본 적도 없는 포병대위가 어젯밤 유슈칸(야스쿠니 신사 안에 있는 건물)에서 만났다며 찾아옵니다. 어제는 외출을 하지 않았던 화자는 오싹해하고 그러다 대위의 모습이 어느덧 사라진 것을 압니다. 신경이 쓰여서 친구와 함께 유슈칸에 가서 술판을 벌이는 중 예의 대위가 나타나고

그림자 : 화자가 돈을 빌리러 방문한 친구들이 하나둘 불행을 맞이하고

거북이 운다 : 생전의 아쿠타가와의 기록

비파 잎 : 술에 취해 알딸딸한 기분으로 돌아가는 도중 본 길 모퉁이 너머의 비파 잎 같은 불꽃

구름발 : 생전 빚을 진 적이 있는 고리대금업자의 미망인이 찾아와 뭔가를 남겨놓고 간다

어젯밤의 구름 : 이발소에서 수염을 깎고 구름에 덮인 달이 비추는 길을 따라 귀가했더니 이상한 부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거적 : 코케라부키 가게? 감 가게? 에서 잡은 짐승을 살펴보기 위해 잠입하는 주인공

유이역 : 동행이 오지 않아 혼자 도쿄에서 유이역으로 가는 열차를 타게 되는 화자. 줄 선 사람들을 따라가자 문득 예전에 키우던 개라고 자칭하는 인간이 나타나고

간덴안의 여우 (「마쓰에 바보 열차」 발췌): 마츠에에 여행을 간 작가와 편집자. 간덴안에서 여우 요괴를 만나는 등 기행문인 척 하는 환상소설인데 바보열차라는 총 3권의 시리즈 중 3권에 실려있습니다.
이 단편은 마음에 들어서 바보 열차는 세 권 다 사려고 생각중.

우치다 햣켄 작품 중 제일 좋았던 건 명도랑 쿠단 두 편인데 둘 다 여기에 실려있지 않아서 유감.
이 후타바문고판은 히가시 마사오라는 사람이(누군가 했더니 잡지 幽의 편집장) 선집한 판으로, 처음 선집한 건 평범사판에서 나왔고 이건 두번째 선집이라고 하길래 그럼 첫번째 선집한 게 더 낫지 않나하고 찾아봤더니 명도/밤길/삼대 외에는 전부 햣키엔일기첩과 도쿄일기 발췌문이라 구입의욕 상실.. 그 와중에 밤길이랑 삼대는 또 안 읽어봤고(제가 가진 우치다 햣켄 선집-후타바문고, 치쿠마 일본문학, 오가와 요코 선집-엔 안 실려있음)…

여튼 잘 팔려서 우치다 햣켄이 좀 더 소개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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