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노지 삼불당과 일본 정치승들?

타이유인을 나와 린노지의 본당인 삼불당으로 향합니다. 도쇼구도 있지만 린노지 티켓을 끊었으니 먼저.
그런데 지금 보니 삼불당에서는 사진을 찍은 게 별로 없네요. 해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주로 닛코산의 역사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메이지정부 초기의 신불분리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린노지+후타라산 신사+도쇼구는 따로 분리되지 않고 닛코산 내지는 닛코삼소권현日光三所権現이라 불렸습니다(나중에 쓰겠지만 생뚱맞게 도쇼구 안에 린노지 소속인 야쿠시지가 있다 했더니 이런 이유가 있는 것.. 린노지 소속이 된 건 제법 최근인 모양이더군요).

닛코산의 시작은 나라 시대부터라고는 하는데(쇼도쇼닌에 의해 개산),
중간에 홍법대사 쿠카이나 엔닌 등이 찾아왔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도쇼구가 세워지고 지금의 모습이 된 건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닛코산의 주지가 된 천태종 승려 텐카이(天海)에 의해서입니다.
이에야스 사후 그를 신으로 추앙하며 어디에다 모실지 정할 때 당시의 라이벌 승려였던 임제종 승려 스덴(崇伝)과 의견이 갈리는데,
여기에서 텐카이가 승리해서, 이에야스를 도쇼대권현東照大権現-권현은 신호神号의 하나라고 합니다-으로서 자신이 주지로 있는 닛코산에 모시게 되고, 이게 닛코도쇼구가 되는 거죠.
3대 쇼군 이에미츠의 힘을 빌려 린노지의 본전인 삼불당을 새로 짓기도 했답니다.

한편 위에 라이벌 승려였다고 써둔 스덴도 이런저런 일을 했지만 불교의 역사에서 중요한 건, 단가檀家제도를 입안, 확립함으로써-단가 제도란 가정마다 소속 사원을 정해서 관혼상제나 공양을 독점하게 하는 제도로, 호적을 사원에서 관리하게 되어 결국 사원을 정부의 말단행정기관화시킨 제도-일본 불교의 침체를 가져온 최악의 정치승(…)으로 평가되는 사람이더군요.

텐카이는 텐카이대로 천태종을 재흥시키기 위해 도쿠가와 막부에 붙은 정치승이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에야스대로 당시(지금도) 최다 종파였던 정토진종 혼간지파가 니시와 히가시로 분열하는 것을 조장했고..
뭐 다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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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하여간 린노지의 본전인 삼불당으로 갑니다.

타이유인에서 도쇼구(+삼불당) 방향으로 가는 길
삼불당 뒷편으로 빠지는데 相輪橖라는 탑이 찍혔군요(왼쪽에 베란다?가 찍힌 건물은 대호마당)
삼불당 정면.
지금 사진보니 이 때 비불 오대명왕이 전시되어 있었다는데 그런 게 있었나… 홈피 사진을 보니 파란 불상이었던 모양인데 사진을 안 찍으면 기억이 안 난다…

여튼 정면에서 입장해서 안을 한바퀴 돌고 뒤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삼불당에서 모시는 삼불은 천수관음, 아미타여래, 마두馬頭관음(응?) 이렇게 세 부처님인데
이는 각각 남체산, 여봉산女峰山, 타로산太郎山을 상징하기도 했다네요.
각 3m에 달하는 불상인데, 가까이서 볼 수는 있는데 이 불상이 눈높이보다 높은 곳에 계셔서=통로를 엄청 낮게 돌아가도록 만들어놔서, 목이 아플 정도는 아니지만 열심히 올려다봤던 기억이 납니다.

뒷문으로 나오면 고슈인을 받을 수 있는데 카키오키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사이다이지에서 받은 수양벚꽃 고슈인첩을 내밀었더니 고슈인첩이 예쁘다고 칭찬해주셨어요(그러나 고슈인은 카키오키를 내주었지).

나와서 도쇼구로 가는 길에 大護摩堂 앞을 지나게 되는데, 여기는 한창 카키오키 용지에다 고슈인을 작성하고 있길래 혹시 내밀면 써주려나 하고 대호마당에 들어갑니다. 입장도 무료였구요. 기도만 하는 건물이라는데 내부는 교회 의자가 늘어져있어서 예배당 같은 느낌.
여튼 인사하고 나오니… 그래도 카키오키로 주시더군요 ㅡ_ㅡ;

비사문천일텐데 암만 봐도 그렇게 안 보인다..
이 외에도 린노지에는 수많은 고슈인이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정리가 잘 되어있기도 하고(link), 군데군데 입간판으로 여기여기 고슈인이 있다고 안내도 잘 되어있더군요(그러나 전부 카키오키겠지..).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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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깔끔하게 해주셨는데 읽고나니 어딜가나 정치질이 말아먹는 듯한 느낌이군요.
린노지 소속 건물?당?이 많아서 고슈인도 각각 있는 모양인데 죄다 카키오키..인데 글씨도 달필이 아니었어서 웁니다(ㅠㅠ)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고슈인과 너무나도 다른 걸 받은 기억이..
삼불당 공사중일 때 갔어서 그런가 입장할 떄 삼불상의 거대함!만 기억에 오래 남고 건물을 요래조래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던 것만 떠오르네요.

정치와 종교가 섞이면 망하는 건 어느 시대나 마찬가진 것 같습니다.. ㅡ_ㅡ;;
고슈인은 역시 달필이어야..! 요즘 가끔 붓펜으로 한자 쓰기를 해보는 중인데 어렵긴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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