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라이즈 익스프레스에 타보았다

이번에 일을 쉬면서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침대열차에 타보자, 였습니다.
우리나라에도 2박 3일간 움직이는 기차 여행이 있다고(최근에) 들었지만 일정이 빡세다네요.
하여간 제가 선택한 것은 일본의 선라이즈 익스프레스.

일본에서 유일하게 매일 운행하고 있는 침대열차로,
매일 오후 9시 50분에 도쿄역에서 출발. 선라이즈 세토+선라이즈 이즈모 두 차량이 붙어서 서쪽으로 가다가 새벽 6시 27분에 오카야마에서 분리되어 하나는 이즈모로, 하나는 시코쿠의 타카마츠로 가는 기차입니다.1개월 전 오전 10시에 JRおでかけネット에서 예약이 가능합니다만, 방학+벚꽃 시즌에는 매크로가 붙는지 한국에서 1개월을 시도했는데 실패했어요.
(매크로가 붙는다고 생각한 이유는 최종 확보까지 화면 전환이 최소 네 번 일어나는데 첫 화면부터 자리없음이 뜨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
물론 등급이 낮은 걸 선택했다면 가능했겠지만 제가 젊은 남자도 아닌데 그럴 수는 없고…
참고로 1등석(A개실 싱글 디럭스)은 타카마츠/이즈모행 별로 흡연실 2자리 금연실 4자리. 하루 4자리에 도전했습니다

그러다가 3월에 칸사이 건너가서, 이 때는 신용카드(신용카드 결제를 하면 화면 전환이 두 번 추가+해외 카드라고 소액결제까지 되어서 성공 못 함. 소액결제까지 세 번 가 보았지만..)가 아니라 후불(편의점이나 JR west역)이 가능해지니까 두 번 만에 성공했습니다. 성공한 날이 토요일이라 동선이 애매해서 다음날 또 시도했는데 또 성공해서 4월 14일 표를 끊었네요.
4월 여행은 이 기차표를 끊었기 때문에 간 셈이죠.

JR west(그리고 아마 시코쿠도)에서만 발권가능. 도쿄역이면 e5489가 써있는 단말기를 찾아야함.. 요코하마역에서는 발권도 못 함(요코하마 출발로 해봤다가 요코하마역에서는 발권도 안 되는데 괜찮냐고 에러 화면이 추가로 나와서 놓쳤던 기억)
4월 14일 닛코에서 아침 일찍 돌아와, 도쿄역 코인로커에 짐을 맡기고(그것도 처음에는 전멸이라 한참 후에 겨우 한자리 찾았다) 도쿄 사시는 트친과 점심을 먹고 수다 떨고, 이토야 가서 만년필을 기웃거리다가 밤 8시 넘어 도쿄역으로 왔습니다.나이가 드니 여행하면서 텐션이 오르는 일이 좀처럼 없는데, 이 때는 약간 생기더라구요.

사실 기차 내부에 대한 설명은 유튜브로 보시는 게 제일 좋습니다.
코로나 시절에 처음 보고 가고 싶다고 울었던 영상

제가 탄 A개실 싱글디럭스의 경우 침대권 13980엔, 특급권 3300엔, 승차권 11650엔이 붙어서
예약할 땐 침대+특급권 17280엔만 결제했고, 도쿄역 미도리 창구에서 승차권 11650엔을 결제했습니다. 일본의 이 기차표 두 장이어야 하는 문화 늘 적응이 안 되요..

객실 내부
어매니티. 이 중 기념품으로 건질 만한 게 6분짜리 샤워카드, 파우치 본체, 비누 케이스 정도. 미니 수건은 얄팍해서 쓸 데가 없다고 두고 나왔습니다.
이 1등실의 특징은 넓고 세면대가 있고, 냉장고는 없습니다.
이 날이 한국이 이상하게 기온이 높다고 난리였던 일요일로.. 도쿄도 더워서 야상 벗고 다녔고 객실에서도 에어컨을 틀어주더군요. (중앙관리식)
중간에 뜨거운 바람이 나와서 당황했지만 머지 않아 바뀌었어요.
창 밖을 보는 포포
9시 50분에 출발. 요코하마에 10시 15분 도착.
요코하마를 지나서 샤워하러 갔습니다. A개실은 A개실 6명을 위한 샤워실이 따로 있어요.
어매니티에 들어있는 카드를 넣으면 6분간 물이 나오는데.. 사실 불특정 다수가 샤워하는 공간을 쓰는 건 찝찝했지만 샤워하지 않을 수 없는 날씨였고.
유튜브를 본 바 제대로 된 수건이 없던지라 이건 한국에서 수건 한 장을 따로 챙겨갔습니다.
밤 11시가 넘어가니 앞으로 아침까지 차내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방송이 나오더군요.
11시 23분의 아타미.
사실 도시에 있을 땐 밖에서 안이 보이니까 얼른 시외로 나가면 좋겠다! 싶었는데 시외로 나가니 밖이 깜깜해서 아무 것도 안 보이는.
누워서 바깥을 올려다보아도 별이 있는 거 같긴 한데 아무래도 창유리로 덮여있어서 잘 안 보이고.
졸려서 일찍 자려고 했지만, 조용은한데 내내 흔들리니 선잠을 잤습니다. 뭐 이건 예상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러다가 새벽 6시가 되니 6시 27분에 오카야마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옵니다. 도착하는 것보다 꽤 빨리 말하는 거 같던데, 왜냐면 오카야마에서 차량 분리되는 걸 보는 철덕들이 많기 때문이죠… 저야 당연히 졸려서 안 나갔지만.

6시 56분 세토내해
그리고 세토내해 들어가기 전에 곧 세토내해니까 보라는 방송이 나오고, 세토내해 지나면 사카이데역 지나면 금방 타카마츠역이니 미리미리 짐을 싸두라는 말도 나옵니다.
타카마츠에는 7시 27분 도착. 호텔에다 짐 맡기고 바로 일정을 시작했네요. 이번 여행에서 가장 빡셌던 일정을…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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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마츠in이 아니었군요 ㅇ0ㅇ
침대열차에 대한 로망..까진 아니어도 한 번쯤은 타보고 싶긴 한데 말씀만으로는 난이도가 꽤 있는데다 침대열차 치고는 안락한 너낌이 약간 부족해보이는… 아무튼 이렇게 또 하나의 경험을 쌓으셨군요
닛코글도, 타카마츠글도 기대기대..

그나마 저게 제일 큰 방이고 그 아래부터는 캡슐호텔, 더 내려가면 양호실에 침대 늘어선 것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ㅎㅎ
젋고 남자였다면 도전했겠지만…
침대기차를 한 번은 타보자, 라는 생각이었는데 이 한 번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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