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고쿠분지와 처음 사누키에서 먹어보는 우동

호텔에 짐을 맡기고 나오니 대충 오전 8시.
산을 오르기 전에 아침을 먹어야겠는데, 이 때 찾아간 것이 사카에다さか枝 우동이었습니다.
카가와 현청과 마주보고 있어서 점심시간이 되면 공무원들이 먹으러 오기도 하는 곳이라든데,
유튜브에서 봐서 별을 찍어둔 것도 있지만, 오전 8시에 근방에 문을 연 우동집에서 구글맵 4점 넘는 곳이 여기뿐이더라구요.
호텔에서 15분 걸어가는 거리지만 갑니다.

타카마츠의 거리를 걸으며 느낀 게 두 가지인데

1. 자전거가 많다
나름 일본의 소도시를 많이 돌아다녀본 거 같은데 여기에서 제일 자전거를 많이 본 거 같아요.
아니 출근 시간에 나와 돌아다닌 게 이게 처음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조금 큰 거리로 나가면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었을 정도라..

2. 인사성이 밝다
번화가에서 마주치는 경우는 물론 인사를 안 하고,
등산하다가 마주치는(또는 88 순례 외의 기능이 없을 길을 걸을) 경우는 물론 인사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시내의 주택가를 걷다가 반대편에서 사람과 마주치면 인사를 하더라구요.. 놀랐음.

그렇게 도착한 우동집.

380엔의 위엄. (카마타마 우동 소)
여기에 200엔을 추가하면 튀김이 딸려오는데 아침이라 식욕이 그리 없어서 소자만 시켰습니다.
사실 사누키 우동을 먹고 처음으로 놀랐던 게 분당의 진ㅇ동의 카마타마 우동이었기 때문에 여기에서도 카마타마 우동을 먹었는데,
저저번 포스팅에도 썼지만, 한국의 사누키 우동도 상향평준화되어서 그런지 이 우동을 먹고 특별히 큰 감동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던지라.
물론 저게 380엔이라는 건 매우 훌륭합니다만…

우동을 다 먹고 다시 JR 타카마츠역으로 돌아와 오늘의 일정인 80~82번 사찰을 향해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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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2번 사찰은 고시키다이五色台 라는 산군에 T자 모양으로 위치해 있습니다.JR을 타고 남쪽 기슭에 있는 JR 고쿠분国分 역에 내려서 약간만 걸으면 80번 사찰인 고쿠분지国分寺가 나오고, 그대로 북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타고 올랐다가 서쪽으로 가면 81번 사찰 시로미네지白峯寺, 동쪽으로 가면 82번 사찰 네고로지根香寺가 나오지요.
그런데 구글맵에는 이 등산로가 등록이 안 되어있는지 80번에서 81번을 가려면 산 기슭을 서쪽으로 돌은 후 올라가라고 되어 있던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게 더 편한 길이긴 할 듯.

단지 전 군데군데 안내에서 80번 사찰에서 곧장 올라가라고 나오기도 했고, 유튜브로 찾아봐도 이 길로 가는 게 맞다고 해서 그렇게 갔습니다.
81번, 82번 절 둘 다 대강 해발 230m 정도라고 하고(실제론 280, 360m), 유튜브(브이로그처럼 찍은 사람들이 많음)로 봐도 그리 험해보이는 산길은 아니라 저 정도는 갈 만하겠다 싶었거든요.

여튼 JR 고쿠분역에 내립니다. 무인역이고요, ICOCA 찍으며 다녔는데 개찰구 근처에 찍는 기기가 안 보여서 당황했는데,
찾아보니까 플랫폼의, 개찰구의 반대 방향에 기기가 놓여있더군요;;;;
저랑 왠 라틴계?로 보이는 여성 한 명이랑 둘이 내렸는데 그 사람은 찍지도 않고 나가서(종이표를 산 걸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하려나 싶었네요.
어쩌면 일부러 안 찍고 고쿠분역을 나와서 -> 고쿠분지를 들르고 -> 다시 고쿠분역에 안 찍고 들어와서 -> JR 카모가와鴨川역에 내려서 81번 절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탄 게 아닐까 의심이… 승차비를 속이든 속이지 않든 다리에는 편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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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번 사찰은 고쿠분지라고 하는데, 고쿠분지는 원래 741년에 쇼무천황이 국가수호를 위해 전국 각지에 세운 절들을 말한다고 하네요.
제가 간 건 (사누키)고쿠분지고, 88사찰 중 ‘고쿠분지’는 네 곳이라고 합니다(15, 29, 59, 80). 쿠니国당 한 곳인 듯.
전 고쿠분지라는 명칭 자체를 이번에 처음 들은 건데 말이죠…
(그나저나 그럼 여긴 쿠카이랑은 큰 관계는 없는 거 아닌가)

산문(仁王門)
산도, 라고 생각했는데 공홈에 미니 오헨로ミニ八十八ヶ所巡り라고..
지금 보니 좌우에 88사찰의 본존을 작게 만들어서 모셔두어서 그런 듯(85번 야쿠리지도 88사찰의 본존을 작게 따로 모셔두었던)
본당. 본존은 십일면천수관세음보살.
본존에 인사를 하고 동쪽에 있는 납경소로 갑니다.
납경을 받는데에 500엔, 그리고 아이잔비愛山費(=입장료)로 300엔을 받는다고 써있길래 알아서 천엔을 냈는데 500엔을 거슬러주시더군요. 외국인이라 입장료가 따로 있는 걸 설명하기 귀찮았던 걸까..?
(그리고 81번인가 82번 사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납경소에서 좁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 대사당으로 가야하는 거 같은데 그야말로 좁고 어두워서 여길 지나가도 되나? 망설이다가 그냥 나왔습니다 ^^;

절을 나와서 이제 본격적인 등산을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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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사무 노구치 정원 미술관과 나오시마 지추 미술관을 보러 다카마쓰에 갔을 때 사람들이 친절해서 저도 살짝 놀랐어요. 제가 트위터에 버스 기다리는데 맞은편에서 엄마랑 가고 있던 어떤 꼬맹이가 손을 흔들어 준게 아직도 기억난다고 쓴 적이 있는데 그게 다카마쓰입니다. 호텔 직원도 무척 친절해서 좋았거든요.
앞으로 삼끼 님을 사찰 순례 여행 전문가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ㅎㅎㅎ

타카마츠에 미술관이 많았군요(찾아볼 생각도 안 함;;)
저는 안도 타다오가 만들었다는 시코쿠무라는 들어봤는데…
타카마츠는 언젠가 다시 가보기는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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