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불교

제 모교의 일본학과는 유명한 곳이었던 모양입니다. 전공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특히 제가 입학하기 몇 년 전, 일본의 이런저런 주제에 대해 총서를 냈는데 대학 도서관 한 켠에 모아둔 총서가 나름 멋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찾아보니 총 88권이랩니다. 대부분 절판되었을 거 같은데.
한림신서 일본학총서

여튼 대학생 시절에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궁금은 한데 그렇다고 내가 읽어도 알아들을 수 없을 내용이다 하고 넘어갔던 이 총서를 처음 손에 붙들게 된 건 언젠가 일본 사소설에 대해 궁금한 게 있어서(아치라노 오니 때문이었을까?).
시리즈 34번인 일본 사소설의 이해..를 샀는데 죄다 모르는 작가만 나열되길래 덮었고,

그러다 이번에 엔랴쿠지 다녀오면서, 동시기에 당에 유학을 다녀왔던 쿠카이와 사이쵸가 각자 진언종과 천태종을 세웠네 운운을 들으며
최소한 종파가 어떻게 갈라졌는지 정도는 알고 다니면 낫지 않을까? 하고 시코쿠 가기 전에 알아보자 싶었습니다(시코쿠 88 사찰은 죄다 진언종일 거 같지만).
그럼 무슨 책을 읽을까 하다가(뭐든 일단 책으로 시작하는 인종), 저 총서에 일본 불교 정도는 있겠지 싶어서 찾아보니 있길래 샀네요. 정가도 4200원, 신서판 사이즈의 포켓북이라 공간도 적게 먹음.
당연히 절판이었지만 알라딘과 교보에 재고가 있길래 샀습니다. 알라딘에서 샀는데, 스티커? 붙은 걸 보니 원래 송인서적이란 곳에서 팔던 걸 알라딘이 인수한 모양이네요..

저자인 와타나베 쇼코는, 쇼코래서 여자인가? 옛날 학자인데 왠일로? 했더니 쇼-코-照宏 였습니다..1907년 출생.
역자는 1926년 출생.

..

1995년 출판이면 어느 정도 외래어 표기법이라든가 잡히지 않았을까? 했는데 아니고
니치렌도 니치렝이랬다가 니치렌이라고 했다가,
고유명사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한자어가 튀어나오는-眞僞라든가-20세기의 신문 같이 한자가 많이 섞여있는 책이었지만 그럭저럭 읽을만은 했어요.

마지막에 연표 나온 게 제일 좋았고.

538 백제에서 불상 등을 보내오다(일설에는 552)
700 도쇼道昭 입적, 화장의 시작
752 도다이지 대불 개안
755 도다이지 계단원 건립 – 한동안 엔랴쿠지에서 수행한 중들이 계단원으로 내려와 등록을 했다고
804 사이쵸, 쿠카이 당에 가다
805 사이쵸 일본으로 돌아옴, 천태종의 시작 – 일본의 첫 종파
806 쿠카이 일본으로 돌아옴, 진언종의 시작
822 사이쵸 입적, 사후 8일 히에이잔에 계단을 건립하면서 중들이 히에이잔에서 등록이 가능해짐
1175 호넨法然 전수염불을 가르치다, 정토종의 시작
1181 에이사이榮西 송에서 돌아오다, 임제종의 시작
1224 호넨의 제자 신란親鸞 교행신증 집필 시작, 정토진종의 시작
1227 고겐道元 송에서 돌아오다, 조동종의 시작
1253 니치렌 가마쿠라에서 활동, 니치렌종의 시작

12세기 들어 전수염불을 중시한 신흥종파들이 대두했는데요.
전에 트위터에서도 말했지만 실은 일본에서 가장 신자가 많은 게 정토진종이란 것이 제일 의외라면 의외였습니다. 체감상 전혀 아니었는데?
사실 정토진종은 고슈인을 주지 않아서 절을 찾아가지 않은 것도 있지만(무슨무슨 혼간지들, 긴자에 있는 츠키지혼간지만 감),
12세기에 들어 대두한 신홍종파들이 가장 간단한 수입원으로서 장례식을 맡았다는 대목을 읽어서야 이해가 갔습니다. 묘 관리를 주된 업무로 하는 절들까지 합해서 제일 많다는 거구나 하고.

이런 종파 시작의 역사뿐만이 아니라 이런저런 문제점이라든가 짚어주는 대목이 많아서
(예를 들어 무슨무슨 33 88 참배는 사실 여행용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참배라도 하지 않으면 사는 구역을 나올 핑계가 없었음-
절 참배를 무슨 소풍길처럼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라든가) 가볍게 읽기 좋았습니다.
특히 내내 니치렌을 까는데(니치렌이 사회 사업에는 관심이 없고 신자들의 돈만 받으며 혀만 굴린 사람이라든가, 니치렌종에서 나온 분파/신흥종교가 30여개라든가) 마지막에는 그래도 열의와 실행력이 있어서 핵무기 반대에 제일 열심이었다든가 살짝 칭찬하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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