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학교에 일본학과가 있어서인지, 저희 학교 도서관에는 일본 원서도 있습니다.
나츠메 소세키의 ‘こころ’가 들어있는 문학 전집을 시작해,
러브 레터의 소설판, 무라카미 류의 ‘5분 뒤의 세계’ 등.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서는 없더군요)
그리고 발견한 것이 이것. 에쿠니 카오리의 도쿄 타워.
(‘카오리’로 쓰겠습니다. ‘가오리’라고 하면 香이라는 이미지가 사라지는 거 같아서;)

모처럼 원서도 있고 하니, 빌려봤습니다. 이로써 한국에 소개된 에쿠니 카오리작은 전부 읽어본 셈이군요. 작년에 영화가 개봉될 때, 그 주연 배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서, 나름 시끄러웠다고 기억하지만…

첫인상은, ‘읽기 쉽겠다’ 였습니다.
하드커버에다,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제법 긴 편인데도 행간이 넓고 개행 많고. 웬만한 라이트 노벨 수준이었네요.
하지만 초반부를 읽고서의 감상은.. ‘넘기기 힘들다’.

전에도 포스팅 했지만, 저는 에쿠니 카오리의 작품을 ‘감각적이니까’라는 이유로 읽는 것이지 결코 공감하며 읽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 소설은, 다른 작품과는 달리 남자가 주인공.
중년 여성을 사랑하는 두 명의 20세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인지 묘사도 담담하고, 아니 원래 문체가 담담하긴 하지만.. 색채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후다닥 넘기게 한국어판으로 읽어버릴까도 했지만, 뒤로 가니까 나름 긴장도 되고 해서 속도가 붙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하고, 거의 의사뿐인 형의 친구들을 바라보며 코우지는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아직 30이 될락말락하건만, 모두 어째서 저렇게 오야지인 걸까. 이 곳을 보는 한, 의사라는 것은 비만률과 대머리률이 높은 직업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도 그렇지만 이 작가, 의사한테 무슨 감정이라도 있나..)


유부녀인 ‘시후미’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토오루와,
연상의 여자가 편하다는 이유로 일부러 유부녀만 노리는 코우지.

토오루에 대해서는 별 감상이 없었네요. 일단 나름 순진한 애고,
이 경우 시후미가 정말로 토오루를 사랑하는 것인지 갖고 노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역시 순진한 애 갖고 놀지 말라는 생각이 치미는 것은..)

문제는 코우지. 이 연상킬러가 용서가 안 되더군요.
뭐라뭐라해도 불륜인 거잖아! 버럭! 했으나..
…생각해보면 요즘 세상, 불륜도 흔한 소재였죠;
주부 대상의 아침 드라마도 대부분 불륜이 주제라는 거 같고.
게다가,

유부녀를 유혹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때도 지금도, 코우지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사람들은 즐거움에 굶주려 있는 것이다. 은밀한 즐거움에,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에.

납득은 했지만 역시 마음에는 안 들었는데… 결말은 마음에 들게 끝나더군요 ^^

이 작품의 테마는, ‘여자를 갖고 노는 놈은 천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이었다는(..)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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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즐거움이라…
확실히 불륜의 스릴은 궁금해요
별로 해보고 싶진 않지만. 간통죄로 고소당하면 큰일!!

지웠습니다 ^^;
저는 제가 소심해서인지, 스릴러 영화 같은 것은 좋아하지만, 저더러 하라고 하면 도저히 못 할 듯…
아마 좋아하게 된 상대가 유부남! 이었다고 해도, 그냥 끙끙 거리다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저도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에쿠니 가오리로 표기된다는 걸 알고..
뭔가 카오리와 느낌이 다르게 보이더라구요.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향이 느껴지지 않아서…

아마 외래어 표기법의, 단어 첫글자는 된소리를 넣지 않는다..인가 하는 것 때문에 그럴 거에요.
쿄고쿠->교고쿠, 카오리->가오리 같은 식.
외래어 표기법 마음에 안 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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