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센 본당 – 미야지마의 절들과 등산

미야지마에는 고슈인을 받을 수 있는 절이 세 군데 있습니다.

그 중 첫번째 절인 대원사(大願寺)는 이츠쿠시마 신사를 나오면 바로 오른쪽에 사천왕문이 있어요.
작은 규모의 절이라 따로 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두번째 절과 세번째 절.
미야지마를 이루는 산(미센弥山)에 올라가는 루트는 로프웨이 1 루트, 등산로 3 루트인데
두번째 절(대성원大聖院)이 등산로 루트 중 하나의 시작점에 있고 세번째 절은 거의 산 정상에 있습니다. 참고로 산 정상은 해발 535m.

모식도.
그러나 역시 고등선이 있어야 실감이 난다

그래서 만약 등산 또는 하산을 걸어서 할 거면 대성원을 포함하는 루트가 좋겠지요.

물론 저는 535m 짜리 산에 걸어서 올라갈 생각은 없으므로
(처음부터 등산만을 목표로 간 몸 상태도 아니고 다음날 11시 비행기인데 늦잠 잤다가 놓치기라도 하면 큰일)
로프웨이를 탈 생각으로 1일권을 끊은 거고…

일단 두번째 절인 대성원부터 들르고 산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산 기슭을 약간 올라가면 나오는 절입니다.히로시마 호국신사와 마찬가지로 이 절도 사실 이츠쿠시마 신사에 들르는 곁다리 라는 느낌이라 따로 공홈에는 안 들어갔는데, 도착해서 보니 일반 고슈인 외에도 직접 써주는 일러스트 고슈인이 있더라구요. 알았으면 고슈인첩 갖고 갔을텐데.. 아쉽.아기자기 이쁜 절이었고, 서양인들이 좀 있었고요(지금 생각해보면 하산하고 들러본 사람들인 듯).
대충 둘러본 후 이제 등산(?)을 시작.
그런데 로프웨이 승강장으로 향하는 셔틀을 타러 가면서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때는 오후 3시. 산 위에서는 해가 일찍 지는데 설마 일찍 마감되는 건 아니겠지?
로프웨이 홈피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려오는 막차가 4시 반이네요.
로프웨이에서 내리면 바로 정상이 아니고 추가로 135m 걸어 올라가야 정상이 나오므로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내려오는 편을 탈 수 없는 겁니다.

그래서 원래 왕복권을 2000->1500엔으로 할인받을 수 있는데, 그냥 편도 티켓을 1100엔에 끊고 걸어내려오기로 합니다.
아예 산에 안 올라가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그럼 이츠쿠시마까지 와서 딸랑 이것만 하고 끝낸다고? 다시 올 일도 없는데 절은 다 가야지! 정상에서 시코쿠도 보인다는데!..

*

오후 3시 10분 로프웨이 승강장으로 타는 셔틀 승차.
로프웨이 표를 사기 전에 자판기에서 생수를 삽니다. 로프웨이 종점에도 자판기는 있지만 산 위는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생수가 120->140엔으로 올랐음).
왕복권 사고 싶었는데 별 수 없이 걸어 내려와야 한다고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편도 티켓을 끊었는데,
이미 올라가는 인원이 적어진 상황이라 그런가 6인용 로프웨이에 혼자 태워줍니다?

독채(?).
그래서 기분이 조금 풀린 상태로 오르다가, 3시 반에 중간역에서 하차. 이 다음에는 여럿이 타는 로프웨이를 타고 다음역으로 가서 3시 37분 하차합니다.

로프웨이에서 하차하면 ‘여기가 마지막 물을 살 수 있는 곳!’이라는 표시와 함께 자판기가 있고..
시시이와獅子岩 전망대라고 전망대가 있어서 한 번 들러봅니다. 앞에 보이는 섬이 어디어디인지 간단히 알려주는데 시코쿠 표시는 없네요.

짤막하게 둘러보고 정상을 향해 GO!
일단 46m를 내려갔다가 76m를 다시 걸어올라가면 마지막 고슈인이 있는 미센 본당에 도착합니다. 4시 7분. (요즘 구글 맵은 높이도 알려주는군요…)오른쪽이 霊火堂 라고 해서 806년에 쿠카이가 지핀 불을 지금까지도 꺼뜨리지 않고 태우고 있는 곳으로, 연인들의 성지(…)라고 하네요.
그리고 왼쪽이 고슈인 등등이 놓여있는 무인 판매대.
오른쪽에 인사한 후 고슈인을 챙깁니다. 무인 판매대라 카키오키입니다.벤치에 앉아서 숨을 고릅니다. 제 뒤로 올라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군요.

숨을 고른 후에는 60m를 더 올라 산 정상에 도착.

가장 멀리 보이는 산맥(?)이 시코쿠. (아마도)
전망대에서 쉬고 있자니 제 뒤로 10~15명인가 더 오기는 했는데 죄다 서양인…
산 정상에 나타난 까마귀 한 마리(등산객의 빵을 노리고 있었다).
잠시 쉬다가 4시 55분쯤 하산을 시작합니다. 루트는 대성원 루트.
안내에는 70분 루트라고 나왔는데 딱 1시간 걸렸어요.
535m를 1시간만에 내려온 거니까… 돌계단이 주가 되는 나름 가파른 코스였습니다.

일본에 가서 산을 오르는 건 후시미 이나리/쿠라마데라도 가봤으니 처음은 아닌데, 이 산은 섬 전체가 세계유산이라 원시림 상태를 최대한 보존해두려고 그래서인가 도리이나 등불이 잔뜩 있던 후시미/쿠라마데라랑 달리 그냥 가파른 산을 내려옵니다.
무릎에 못할 짓이다.. 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구요.
나름 종교적인 산이니까 경건한 마음으로 내려와야 하는데 무릎 걱정뿐 ^^;; 이래서야 시코쿠 88순례라던가는 절대로 무리겠군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날 일몰이 5시 53분이라서 일몰 광경을 놓쳤어요.
그런데 내려갈 루트 고를 때 대성원 루트로 가야 대도리이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1도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 (그냥 제일 빠르대서 선택함)

여튼 어찌저찌해서 내려오니, 일몰은 지났지만 나름 멋진 광경이 펼쳐집니다. (그래도 10분만 빨랐어도 구름까지 붉게 물든 광경을 볼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뭔가 일몰 후인데 분위기는 일출 전
이 때 포포가 있던 곳이 전날 본 영화(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다)에서 범인이 땅을 판 곳…

*

대도리이 사진을 실컷 찍은 후에는 6시 45분발 페리를 타고 미야지마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히로덴을 타고 히로시마 시내로.

히로시마에서 먹는 마지막 한 끼는 레이멘(冷麵).
히로시마에서는 츠케멘을 레이멘이라고 부르는데, 쇼유에 라유와 깨를 넣은 소스에 식힌 면을 찍어먹는 형식입니다.
원폭돔에 있는 유명한 가게의 분점이 5~9시 동안 영업을 해서 8시경 찾아갔더니 안에 사람도 적고 좌석간 간격도 라멘집치고 넓어서 쾌적했어요.

소스가 짠 듯 매운 듯 의외로 깔끔? 기본으로 시켰는데 양이 적었음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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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님을 슬슬 찔러보심이…
근데 히로시마는 이 정도 말고는 크게 볼 게 없었단 느낌이긴 한데.. 그러고보니 저 출발하기 전에 블스에서 다른 분이랑 히로시마 이야기 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게 어쩌다 그렇게 되었더라…(먼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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