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오른 옛날 생각

수능이었습니다.
네에, 다행히 춥지 않은 수능날이었습니다만,
어려웠나요? 여기저기서 들리는 얘기는 어려웠다라는 거 같고…
어찌하였든, 모두에게 해피엔딩..은 아니고, 제가 아는 분들만큼은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예전의 제 인생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재미없으니까, 싫으신 분은 미리미리 Alt+<-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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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도 그랬고, 수능날만 되면 항상 ‘작년 수능날엔 내가 뭐 했더라…’ 하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작년 수능은 어땠는지 딱히 구체적으로는 생각나지 않습니다만,
그냥 그 날 전공강의에 동기들이 몇 명 빠지고(수능보러..올해도 마찬가지더군요;;),
‘지금쯤이면 수리영역2 볼 시간이군’ 어쩌고 하면서 시간 따져보게 되고..

제작년 수능은, 물론 제가 수험생이었죠..
마침 운 없게도 전날 감기에 걸려서, 약도 못 먹고 계속 코를 풀어대가며 괴롭게 봤다는.
(깜박하고 시계도 안 가져가서, 외국어 영역 시간 조절 실패-
설마하니 외국어 영역에서 시간이 모자를 일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시험이 끝나자, ‘시험이 끝나니 코감기가 나았는걸?’ 하면서, 지하철역까지 버스타고 가기 귀찮으니 걸어가자~ 하고 친구와(마침 모교(고등학교)에 남아있던 친구들과 같은 학교에서 시험 봤거든요^^) 오랫만의 회포를 푸는 의미로 수다를 잔뜩 떨면서 30분 동안 걸어갔습니다…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만화책 잔뜩 빌리고, 인터넷을 해댔다는. (그 때까지만 해도 인터넷 거의 못하고 있었으니.)

3년전의 수능에는… 그러니까 99년 11월 1일에 제가 학교를 뛰쳐나와서, 수능 당일에는 집에서 뒹굴뒹굴 구르고 있었죠… 그저 ‘오빠들(=고등학교 선배들)은 잘 보셨을려나~’ 하고 생각한 것뿐.

4년전의 수능은, 오빠가 수험생이었으니까… ‘잘 봤을까나’ 하고 저녁에 집에 한 번 전화건 것뿐.
하지만 본인은 친구들이랑 놀러나가 없었고… 그저 어머니께서 전화를 받으시고 ‘어? 오빠 친구들이랑 놀러 나갔어~ 내일 X시 배 타고 학교 들어가.’ 하셨었던…

5년전의 수능날엔, 고등학교도 합격했겠다(<-경시대회상으로 특차로 들어간 인간), 학원을 보기좋게 땡땡이치고 동인천에서 친구 F양(이 홈에도 자주 출몰하는..)과 놀아났다는… 역시 그 날도 추웠었는지.
M: 춥다~
F: 수능날은 항상 춥다더라.
M: 그런가? (잠시 생각한다) 왜?
F: 나도 몰라. 그냥 그렇다더라.
대충 이런 내용의 대화를 나눴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이 때가 수능이 생긴지 몇 년 안 되던 해였던 걸로 기억하니 잘 몰랐었을 수 밖에(변명임.)…

그리고 7년전의 수능…(이 있었던가요?;)이 아니라 7년전의 11월 5일, 오빠가 과학고 입학 시험을 치뤘었죠. 그 해까지만 해도 과학고 입시는 내신보다 본고사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시험이어서 그 때까지 컴퓨터가 봉인되어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키보드를 아버지께서 회사에 갖다놓으셨던 건데, 사실은 이것은 말뿐이고 키보드는 다락방에 숨겨져 있다- 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지만요;

당장 키보드를 꺼내서 부팅을 하려는데, 이번에는 전기 코드가 없어서;;;; 그리하여 같은 동네에 살고 역시 같은 날 대원외고 시험을 본 소꿉친구(라기보다 제게는 소꿉친구의 형이 되겠군요)이자, F양의 이종사촌이기도 한 (소개가 길다;) H오빠네 집에 가서 전기 코드를 갖고 오기로 하고 전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집에 키보드가 없다는 사실이 판명(….). ‘네가 키보드 떼갖고 우리집으로 와~!’라는 H오빠의 말(…)
오빠는 말없이 키보드를 떼내서 H오빠네 집으로 가려고 하더군요.
‘오빠! 나는???’
‘알아서 놀아. 네가 시험봤냐?’

…………………

그리하여, 저는 울면서, 몇 년 동안 안 가던 책방에 가 버렸습니다. (‘마우스가 있잖아’ 하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시는 도스 시대. 키보드가 없인 아무것도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는 빌려온 것이 후시기 유우기.

……….
……………
………………..

이 날부터 제 인생은 탈선하기 시작한 겁니다. 예에, 틀림없어요…;
물론 이 세계에 더 빠져든게 된 것은 그 이후 친해진 친구 F양과 제 학원 생활이 크나큰 원인이 되지만…
거기까지 썼다간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으므로 쓸데없는 잡담은 여기까지.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있다면 정말로 대단한 분이라고 칭찬을 해드릴…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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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때 뿐만 아니라 본고사 시절에도 무척 추웠다는걸. (그땐 12월에 시험봤다는 것 같다…) 오빠가 대입치루던 시절, 난 꼬맹이었지만 그때도 무척 추웠던 기억이 나는군.(그날 학교 가기전 새벽에 시험장까지 끌려간 후 손에 쥐어준 핫도그를 냠냠거리며 먹었다. 그날 간발에 차이로 학교에 지각했음.) 그 땐 전기, 후기, 전문대 순으로 모집했던것도 기억나는구만. 인터넷에 이번 수능이 ‘쉬웠다’라고 나와서 ‘그런가보네..’라고 생각했는데 당사자들은 지금 거품을 물고 있는 듯.(특히 언어가 어려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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