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센엔 – 고슈인을 400엔에?

중국의 음양사상에서, 기수(홀수)는 양을 나타내며 짝수에 비해 운세가 좋은 숫자라고 여겨져 축의금 등에는 3이나 5로 시작하는 돈을 내는 게 관습으로 되어있죠.
(그럼 10만원은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저도 모르지만 10만원짜리 1장이니까..?)
그거랑 같은 원리인지는 몰라도 일본에서도 고슈인을 받을 때는 보통 300엔이나 500엔, 아니면 성의껏 내세요 라는 게 대부분인데
지금까지 94군데의 고슈인을 받으면서 딱 한 번 400엔을 받는 곳을 봤는데 교토의 신센엔神泉苑입니다.

신센엔은 교토 니죠성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절로서,
왜 여기에 갔냐면.. 이 근처에 몽블랑으로 유명한 카페가 있길래 겸사겸사.
제가 교토 가면 꼭 먹는 네 가지가 있는데 동양정의 함박과 토마토, 시메사바즈시, 니신소바, 그리고 몽블랑입니다.

Sweets Cafe KYOTO KEIZO의 10분 몽블랑
10분이 지나면 몽블랑의 맛이 떨어진다고 해서 10분 몽블랑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곳인데, 교토의 몽블랑 관련 기사를 보면 늘 Best 5에 들어가는 곳이길래 들렀습니다.

여기서 당과 카페인을 충전하고, 신센엔으로.
신센엔은 쿠카이가 이 연못에 살고 있는 선녀용왕善女龍王에게 기도를 통해 비를 내리게 했다는 곳이라고 합니다.
경내는 연못과… 곳곳에 선녀용왕, 관음, 부동명왕, 변재천등 다양한 부처에게 기도할 수 있게 해둔 곳이 아마 9군데가 있고, 이 중 어디에 기도했는지에 따라 고슈인을 받을 수 있는데(9군데 다 기도했다면 다 받을 수 있겠죠),
이 때 아직 홈페이지에 고슈인이 300엔이라 써 있어서 그렇게 알고 갔는데 400엔이라고 해서 당황했습니다 ^^;
먹이 아닌 금색으로 쓴 경우에는 600엔…

저는 잔돈도 더 없기도 하고, 직업상 일단 순산을 관장하는 부처부터 챙기는(..)지라 선녀용왕에게 인사를 하고 고슈인을 받았습니다.

여신이니까 임산부도 지켜주시겠지!
생각해보면 못에 사는 토착신을 부처로 삼은 거니까, 신불습합이 남아있는 곳이었네요..

고슈인을 본 후에는 경내 구경.
구석에서 공사중이었고..
그래도 사람은 적고, 연못에 비친 하늘이 예뻤고, 곳곳에 오리들이 있었는데 그 중 다리를 다친 오리가 있다고 오리에게 불필요하게 접근하지 말라는 팻말이 있었습니다.

인간이 쳐다보든 말든 한가하게 기슭에 앉아 쉬는 오리(트위터 동영상)

*

1. 고슈인 우측 하단에 ‘홍법대사가 기우제를 지낸 성지’ 표시가..
2. 구글 맵에 이 곳이 신사로 표시되어 있어서 처음에 혼란스러웠네요…(지금은 절로 고쳐져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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