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있는 나라에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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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걸려 완성된 장편이 겨우 견본으로 나왔다! 추리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이 한 순간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오사카에서 도쿄로 온 것이다. 하쿠유샤의 회의실에서 견본을 들고 기쁨에 젖어있는데, 동업자인 아카보시 가쿠가 커다란 배낭을 메고 나타났다. 오랜만의 재회에 잡담으로 꽃을 피운 후, 아카보시는 회의실을 뒤로 했다. “다녀올게, ‘바다가 있는 나라’에.” 라는 말을 남기고…. 다음날, 후쿠이의 오래된 도시 오바마에서 아카보시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아카보시와 마지막으로 대화한 관계자로서, 아리스는 친구 히무라 히데오와 함께 조사를 개시하는데-!? 복잡하게 얽힌 실을, 대담하고 로지컬하게 풀어내는 본격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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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아리스 시리즈의 4작입니다. 작가의 첫 연재 작품이라고 하네요.
원래 출간 순서가 달리의 고치 다음에 이 작품, 그 다음이 스웨덴 관의 비밀인데 빈즈 문고가 이 작품을 건너뛰었길래 안 나오려나보다 싶어서 카도카와 문고판을 주문(이래놓고 나중에 나오면 슬프겠으나;).

‘바다가 있는 나라(奈良)’라니 그게 뭔가 싶었고, 또 표지는 왠일인지 인어? 하고,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집어들었는데.. 본문에 나온 설명에 의하면, 후쿠이현에 있는 와카사만을 통해 한반도에서 대륙 문화가 흘러들어왔고, 그래서 오바마에 절이 많아서 ‘나라’로 불린다고 하네요. 바다에 접했으니 ‘바다가 있는 나라’.

애초에 후쿠이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별로 못 접해봤고(바로 전에 포스팅한 썸머 사이다 정도..) 그래서 오바마시에 대해서도, 멋대로 오바마 대통령을 응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문화재가 많은 도시인 줄은 몰랐네요.

그리고 인어… 보통 타카하시 루미코의 인어 시리즈로 접하시는 듯 하지만(저도 그랬고), 인어의 고기를 먹고 800년을 살았다는 ‘야오(八百)비구니’의 전승의 내려오는 본고장이 또한 오바마라고 합니다. 야오비구니 자체는 단장의 그림 ‘인어공주’편에서 처음 알았는데 난소 사토미 팔견전에도 실린 유명한 에피소드라는 모양.

하여간, 아리스에게 ‘바다에 있는 나라에 다녀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동료 작가가 오바마 앞바다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도쿄를 출발한 후의 행적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태. 뚜렷한 동기/방법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동료가 쓰려했다가 못 쓴 작품이 어떤 것이었는지 밝히는 게 자기가 할 수 있는 공양이 아닐까 생각한 아리스가, 히무라를 대동하고 조사를 한다는 내용.

살해방법은 어쨌건, 동기에 대해서도 뭔가 뜬구름 잡는 식이고,
오바마로 향하면서 그 곳이 나라/교토와 어떤 식으로 이어져 있는지 설명하는 것 등등 어딘가 여행 미스테리의 성격을 띄는데(챕터 이름도 대놓고 ‘오바마 미스테리 투어’) 어떻게 보면 좀 답답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리스의 신간, 피해자가 쓰려했던 모양인 작품, 남자의 정기를 빨아먹는 듯 전혀 늙어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용의자, 인어의 전설이 있는 도시.. 곳곳에 ‘인어’라는 모티브가 깔려서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마지막의 사건 해결 부분은 물론 아리스가와 아리스답게 로직 중시.
살인사건말고도 실은 ‘바다가 있는 나라’라는 것도 실은 수수께끼였다- 라는 점도 좋았구요. 다만 아리스가 지적한대로 완벽한 수수께끼는 아니라는 건, 뭐 애교고.

다음은 빈즈에서 주홍색 연구가 나올테고… 브라질~ 이후의 국명 시리즈 단편집은 아마 빈즈로는 안 나올테니 이 쪽이나 카도카와로 슬금슬금 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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