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평범한 다다미 여덟장 원룸이 나의 성. 휴대 게임기 속에서 기르고 있는 시바이누가 동거인. 초라한 OL 3년차. 선배의 잔소리와 향수의 악취를 매일 마시며, 인사정리에 의한 퇴사 직전. 전남친이 가끔 생활비를 뜯으러 찾아온다. 이것이 동경과 희망을 품에 안고 지방에서 상경한 내 도쿄 생활의 끝. 그런 어느날, 고교 시대의 친우이자 마성의 미소녀이자, ‘강도살인범’-마리코가, 3천만의 돈다발과 보라색의 작은 속옷을 트렁크에 담고 내 맨션에 굴러들어왔다. 17세의 “나”와 24세의 “나”가 교차하는, 청춘의 비포&애프터 스토리.
*
NO CALL NO LIFE와 마찬가지로 전격문고 편집부의 하드커버판 소설로 나왔다가, 이후에 카도카와 문고에서 문고본으로 나온 작품입니다.
NO CALL NO LIFE에서 조금 실망한데다 슬슬 이 작가도 손을 뗄 생각이었던지라, 이것도 큰 기대없이 읽었네요.
그런 주인공의 집에 어느 밤 고등학교때의 ‘친우’였던 마리코가 굴러들어오면서, 고3이었던 17세 당시의 이야기와 24세인 현재의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전개됩니다.
여기에서 과거의 살인사건이나 뭐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즐거웠겠지만(응?) 그런 건 없고…
고3 당시, 수수께끼의 미소녀 전학생이었던 마리코와 우연한 계기로 친구가 된 주인공.
마리코는, 학교에 도시전설처럼 남아있는 ‘남친에게 버림받고 학교 건물에 불을 지르고 자살한 임신한 여고생’의 태아가 자신이었고, 자신은 다시 태어나서 그 남친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 학교에 찾아왔다는 거짓말을 합니다. 그리고 그런 마리코에게 이상하게 매혹당하는 주인공.
24세의 시점에서도 마리코는 3천만의 돈다발을 가리켜 ‘강도살인을 한 수확물’이라는 허언을 내뱉지만 물론 이 시점의 주인공은 상대도 안 하고…
뭐, 말하자면 17세의 시절은 딸기우유처럼 가짜로 된 달달한 맛이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쓴 현실을 알고 있다- 라는 게 요지인 소설이었습니다.
NO CALL NO LIFE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오츠이치의 모 소설을 떠올리게 했다면,
이번에는 허언증을 가진 미소녀 전학생과 그에 휘둘리는 여자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사쿠라바 카즈키의 사탕과자를 떠오르게 하더군요.
물론 끝에 모쿠즈의 죽음&나기사의 성장이라는 플롯하고는 다르지만, 주인공 이즈미의 성장…이라는 부분은 비슷할까요. 뭐 청춘소설이니까.
*
커스텀 차일드 -죄와 벌- 과 마찬가지로, 여기에 나오는 세 인물들도 하나같이 어딘가 일그러져 있는데 이번 소설은 그리 인상깊지 않았어요.
셋이 함께 굴절된 채 살아갈 것이야- 라는 느낌의 커스텀 차일드하고는 다르게 이 쪽은 약간 일그러져 있어도 나름 그런대로 현실적으로 살아간다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려나.
하여간 이 작품을 끝으로 카베이 유카코도 그만 읽으려고 했는데, 올해 5월에 문춘에서 나온 소설이 커스텀 차일드하고 비슷하려나- 싶어서 그건 또 읽어보게 될 듯;;;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