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교외의 대형마트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의혹만 커져가던 가운데 피해자와 목격자를 대상으로 은밀한 인터뷰가 진행된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여성과 할아버지, 초등학생, 사건 발생 후 현장으로 달려갔던 신문 기자와 소방대원, CCTV를 확인한 고문 변호사, 현장에서 살아남아 ‘기적의 소녀’라 불리는 아이의 어머니…. 겉으로는 평범하게만 보이는 인물들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날의 기억을 상기해 자신이 겪은 것을 털어놓는다. 뜨겁고 잔혹하며 매서운 열두 번의 인터뷰를 통해 모인 사건 당일의 ‘기억들’은 결국 하나의 모자이크로 완성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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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온다 리쿠입니다. 제가 이 분의 무슨 책을 샀고 무슨 책을 안 읽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랜만이네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와 비슷한 형식의, 독가스에 의한(?) 대량 참사에 대해 생존자/피해자, 유족 등을 인터뷰하는 르포 형식의 소설..이 되겠습니다만, 한국어판 뒷표지에는 마치 밤중에 택시에 유령이 탄다는 식의 괴담 같은 문장만 실려있는지라 그것만 보면 괴담집 같더라구요. 이 작가가 괴담을 쓰지는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열린 결말입니다.
….내가 이 작가를 떠난 이유가 열린 결말 때문이었지..
그 전에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읽은 거였고..
결국, 사람들을 집단 패닉으로 몰아넣은 수단의 정체라든가 의도 등은 하나도 안 밝혀집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라, 대량 참사가 일어난 후 보이는 갖가지 인간상을 그리려 한 것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영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 멀리 떠나버린 유족, 악취미라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사람, 유족의 심리를 이용해 한 몫 잡으려는 사람 기타 등등.
재미없진 않았으나 추리를 기대하기엔 미흡했고(그러니까 열린 결말 싫다는..), 두 번 읽긴 애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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