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기 3 메기의 행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강 즐겁고, 약간 쓸쓸하다. 몸이 절반 어긋나있다――. 카와카미 월드가 응집된 일기 시리즈 최신작. 2008~2010년까지의 3년분을 수록. 「WEB평범」의 인기 연재를 단행본화.

*

4월 모일 맑음
요즘 팬티 색깔이 신경쓰인다.
“나이를 먹으면 말이지, 빨간 팬티를 입어야 해. 빨간 팬티는 어쨌건, 기력이 솟아오르니까.”라고 친척 아줌마한테 들은 이후다.
빨간 팬티는 없다.
그래서 역전의 가게로 사러 갔다.
두 장 샀다. 빨아서 흐늘흐늘해진 후 입으니, 과연, 기력이 약간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 넘치다, 까지는 아니지만.
솟아오른 기력을 가지고, 아주 약간, 일을 한다.


4월 모일 맑음
사온 빨간 팬티의 다른 한 쪽을 입는다.
기력은 역시 ‘넘치는’ 정도는 아니다. 맥없이 일을 한다. 가끔 신경이 쓰여서 치마를 들춰본다. 팬티는 빨갛다. 너무나너무나, 빨갛다. 어쨌건, 빨갛다.
점점, 두근두근해진다.


4월 모일 맑음
오늘도 빨간 팬티를 입으려 하지만, 아무래도 빨간색에 익숙해지지 않는 자신을 어쩌지못한다.
끙끙 망설인 끝에 과감히 검은 팬티를 입는다.
“검은 팬티라든가 보라색 팬티라든가는, 정기를 빨아들이니까 안 되요”라고 예의 친척에게 듣기는 했지만 생래의 심술이 아무래도 억눌려지지 않는다.
하루종일 검은 팬티를 입고, 엄청나게 일을 했다.

*

10월 모일 맑음
심부름을 나가다.
사마귀가 낫을 들고 촉각을 세우고, 보도의 한가운데 슥 서 있다.
당황해서 피한다.
돌아오는 실, 같은 곳에, 사마귀는 아직 서 있었다. 피하지 않음 절대로 밟아버리는 장소다.
통행인들의 사마귀에의 호의와 응원의 마음을 느끼고, 찡해진다.

*

11월 모일 맑음
대발견을 한다.
바퀴벌레는, 모차르트를 틀면, 나온다.
마빙 게이를 틀면, 들어간다.

*

..라는 식의, 카와카미 히로미의 일기 시리즈(작가 본인의 말에 의하면 9할 정도는 사실인) 3권입니다.
일상과 연애와 판타지를 잘 버무리는 작가라서, 게다가 자녀분을 ‘아이’라고 표현하고(남편은 언급하는 것을 읽은 적이 없음), 그래서 연령대가 좀 젊은축에 속하는 작가라는 인상인데 58년생.. 아이가 아이가 아니지 않나?;;; 하여간 알고는 있었는데 종종 깜박합니다. 그러다 이번 권에서 갱년기라든가, 컴퓨터를 잘 못 다룬다거나, 같은 부분이 나와서 다시금 출생년도를 살펴보고 깜짝.

58년생, 갱년기… 그런데도 이 분은 이렇게 일상에서 소소한 상상력을 발휘하는구나- 하고 놀랐네요. 하기사 연배 있는 판타지 작가가 이 사람만 있는 게 아니지만. 아직 살아계신 어슐러 르귄이라든가.. 뭐어 하여간, 그런 감상이었습니다.

수필이랄까 일기 내용은 예와 같이 일상에 약간 판타지적인 상상이 섞인, 이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네요 ㅇㅅㅇ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