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포도와 와인글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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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갑자기 이혼 이야기를 들은 아내의 비탄이 사라진 순간. 둘째를 임신한 여자가 본 산부인과에서의 풍경. 정부의 임신을 아내에게 알린 밤. 인생이 풍요로운 때, 「결혼 후」의 남녀의 점경을 통해, 당연한 생활을 영위하는, 그 바로 옆에 숨어 있는 기이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그려낸, 걸작 단편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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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즈키 미치코. 틴에이지에서 이름을 기억해둔 작가입니다. 중학교 선후배 사이에 흐르는 묘한 공기가 마음에 들어서 관심을 가졌는데, 후쿠오카 북오프에 있는 책이 이것밖에 없더라구요. (두 권 더 있었는데 그 쪽은 한국어판 소개된 것들이라..)
일단 모처럼이니 지르고 보자! 하고 책소개글을 제대로 안 읽고 들고 왔습니다만, 읽었더라면 안 샀을라나.. 으음 204페이지의 얇은 책이긴 하지만, 10개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인데 전부 결혼 후의 남녀의 시점으로 쓰인 책이에요. 같은 날 나온 다른 단편집 쪽이 미혼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하더라는 OTL

이 책 자체는 일본에서도 별로 반향이 없었는지 아마존 리뷰도 한 명이 올린 게 전부. 따라서 우리나라에 소개될 일도 없겠지만 일단 올려봅니다.

1. 성터 공원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남편에게 이혼 제의를 받은 화자. 딱히 바람피울 상대가 생긴 것도 아니고, 왜냐면 물음에 ‘그냥’이라 말하는 남편.
화자는 쌍둥이 조카를 데리고 공원에 찾아가서, 조카들이 노는 모습을 멍하니 보면서 ‘유예로 얻어낸 한 달은 나를 납득시키기 위해 있는 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남편이 없어져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라고 깨닫는 순간.

2. 감기
연휴 동안 남편이 멀리 스키타러 놀러나가고, 혼자 집안에 남아서 쉬다가 감기에 걸린 화자. 감기에 걸린 것이 너무 괴로워, 온갖 것에 대해 사죄하고 싶다느니 했다가 쑥 회복하는 사고의 흐름이 재미있었네요.

3. 밤의 드라이브
밤의 드라이브를 즐기는 부부. 역시 별 것 아닌 드라이브에서 부부가 생각하는 평범한 내용이 왠지 인상 깊었던..

4. 민들레 산부인과 클리닉
둘째를 임신해서 산부인과를 찾아온 화자. 대기실에 앉아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을 관찰합니다.

5. 풀사이드의 풍경
동네 수영장에 찾아온 유부녀의 눈에 비친 다른 사람들

6. 칠석의 밤
부모를 따라 칠석에 유원지를 찾아온 화자(어린애)의 눈에 비춘 부모의 모습

7. 건포도와 와인글래스
바람피우던 상대가 임신해서 출산까지 할 생각이라는 사실을 부인에게 알리는 화자. 날뛰는 부인을 앞에 두고, 현재의 자신은 부인보다 정부 쪽이 더 좋다고 냉정하게 생각하는 남편;

8. 단새우
매일 화풀이만 내는 남편에게 화를 내고 부부싸움을 한 아내. 2주 동안 말도 안 하고 지내면서 의외로 자신에게 냉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이혼할지도 모르겠다고 냉정하게 생각합니다.

9. 물수건
친구와 함께 이자카야에 간 부부가 본 것

10. 미꾸라지
이혼서류를 제출하러 구청에 가던 부부가 중간에 발견하는 미꾸라지.

결혼한 남녀의 이런저런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와중에는 정말 별 것도 아닌 내용도 있고, 이혼의 위기에 의외로 이혼해도 아무렇지 않겠다.. 라고 냉정하게 생각한다는 내용도 있고.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슨 내용이건 내내 담담했기 때문에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달까. 오히려 다들 냉정해서 약간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실제로 오래된 부부라면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겠다 싶었고, 하지만 그런 냉정함이 아니라, 담담하게 그려지는 일상이 마음에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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