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뤼벡

이것으로 한동안 포스팅 거리가 부족할 일 없다!

아침에 기상해서 밥 먹으러 나와보니 복도가 싸늘하더라구요. 현지 기온이 16~20도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지라, 긴팔티랑 조끼를 챙겨오기는 했는데 이건 외투를 하나 사야하나 싶었을 정도.
(결국 독일 체류기간 중 이 날이 제일 추웠고, 외투도 맘에 드는 게 없어서 안 샀지만.)

그 외에 날씨의 특기할 점은, 소나기가 자주 온다는 점. 해가 쨍쨍하다가도 갑자기 여우비가 퍼붓고.. 빗줄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많이 내리는데, 한편으로는 가늘기도 해서 금방 마르더라구요. 현지인들은 시크하게 다 맞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현지인이 아닌 우리들은 내내 우산들고 다녔구요.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린;; “이 비 다 맞으면 쫄딱 젖겠다’ 싶을 정도의 비는 결국 26일 브레멘 갔을 때 정도고 나머지는 맞아도 될만한 비이기는 했지만.

호텔에서 제공되는 아침 뷔페는 평범한 유럽식 브렉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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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주 내내 같은 호텔에 묵은 거니까 나중엔 먹는 것만 계속 먹었지만.. 저 크로와상이 제일 맛났습니다. 케익은 매일 다른 종류가 나왔는데, 매일 갖다 먹은 건 아니고 이 때는 ‘앗 당근 케익이다!’ 싶어서 집어왔어요. 근데 저 당근 모양 아이스 장식도 달고, 본체도 ‘여기의 어디에 당근이?’ 싶을 정도로 그저 달기만 했음;;
제 생일(29일)에는 자허 토르테스러운 초코 케익이 나와서 먹어줬습니다. 그냥 초코 시트에 살구잼 발라진 초코 케익맛이었음.

저희가 묵은 호텔은 NH Hamburg Hotel이라는 곳으로, 워크샵이 열리는 병원에서 ‘여기가 제일 가깝삼’이라고 추천한 곳이었습니다. 24일 첫날, 한국인 여행객 네 명을 만나서 아앗 이런 데에도 한국인이! 싶었는데.. 다음날부터는 한국인은커녕 동양인을 못 봤음.

방의 미니바에 제공되는 홍차는 로네펠트 티백이었던데다가, 아침 뷔페에 제공되는 것도 로네펠트 티캐디(티팟용 티백, 사진 왼쪽 상단에 꽁다리가 보이네요)라 역시 독일에선 로네펠트가 유명한가 보지? 했네요. (그게 착각이었다는 건 며칠 후 알게 되지만..)
일 주 머무르는 동안 뷔페에서도 티백을 좀 꽁쳐볼 생각이었던 저는, 차마 저 큰 티캐디를 꽁치지는 못하고 날마다 다른 맛으로 바꿔가면서 맛을 봤습니다;
(참고로 티캐디 시리즈는 한국에서도 인터넷으로 쉽게 구입이 가능합니다. 비싸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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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고 방으로 올라와서, 비행기 놓친 일행을 기다리고 있자 10시에 도착하더군요.

삼끼& 함께 기다리던 사람 : 왠일로 일찍 왔네?
놓친 일행 : 첫 비행기 타고 왔어… 파리에서 노숙했어 ㅠ_ㅠ
삼끼 : 나도 파리 시내 나가고 싶었어~~ ㅠ_ㅠ
기다린 일행 : 혹시 파리에서 놀려고 일부러 놓친 거 아냐?
삼끼 : 공항에서 여기까진 어떻게 왔어요? 프로그램에 지도도 없었는데?
놓친 일행 : 택시 타고. 20 유로 밖에 안 하더라?
삼끼 : 어째 워크샵 홈페이지에서 “공항에서 오는 법? 그냥 택시타고 오삼 ㅋ” 하더라니.. ㅡ_ㅡ;;

나서서 여행 계획짜고 호텔 예약하는 건 싫어하는 삼끼지만, 막상 여행가면 앞장서서 지도 펼쳐드는 타입이기에.. 출국 전에 ‘뭐야 프로그램에 오는 방법도 안 실렸어?’ 하고 구글맵을 통해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과 지도를 미리 캡쳐해두고 출국했거든요. 그래서 전날 메트로 타고 올 수 있었음..

하여간 늦게 온 자를 냉큼 아침밥 먹이고, 씻게 하고서 12시에 뤼벡으로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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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벡(뤼베크, Lubeck)은 함부르크보다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항구도시로, ‘한자 동맹의 여왕’이라 불리는 한자 동맹의 중심지였다고 하네요. 구시가는 그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록되어 있다나 뭐라나.
저희는 순전히 함부르크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선택했습니다만. 함부르크 중앙역에서 RE로 45분. 편도 12.50 유로입니다. 가는 길은 표 검사가 없었는데 오는 길은 있었어요.

중앙역에 내려서, 홀스테인 문을 통해 시가지로 들어가게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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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기우뚱~
홀스테인 문을 지나면 소금 창고로 쓰였던 건물이 있구요. 항구도시니까요. 주로 소금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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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1층에 옷을 팔고 있었습니다.. 귀찮아서 들어가진 않았음

그래도 독일에 와서 거리에 나와본 첫날이니까요, 이런 날은 그저 걷고만 있어도 좋죠. 유럽에 왔다! 게다가 구시가지는 제법 옛날의 거리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서(정확히는 한자 동맹 시절) 그냥 걸어다녀도 마냥 좋았습니다.
그치만 이건 봐야한다! 싶은 곳은 중심에 위치한 시청사와 성모 마리아 성당. 성모 마리아 성당을 먼저 발견해서 들어갔습니다.

성당에 오면 꼭 찍는 샷.
여기 양식이 특이한 게, 해골이 된 천사가 있어.. 무슨 의민지 모르겠습니다;
이 스테인드 글라스에도 해골이;

입장은 무료. 그런데 문제가.. 성모 마리아 성당을 보고, 거리에 나와서 외투 살 만한 것 없나 백화점을 쏘다니고, 어쩌고 하느라 지쳐버린 것.
시청사 건물도 봐야하고(대충 지나감), 시청사 건물 앞 니더레거에서 파는 마지빵도 먹어야하는데(사람 많아서 스킵함) 셋 다 ‘아아 배고파~’ 모드가 되어버려서; Just Go에서 추천한 집 중에, 성로 양로원 지하에 있는 감자 요리집에 가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성로 양로원은 아마 빈민을 돌봐줬던 장소인 모양인데, 마침 저희가 갔을 때 막 문을 닫아버려서 안을 구경하진 못했고요; 건물 옆 쪽으로 지하에 갈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양로원 지하에는 식당이 세 군데 있는데 각각 종목이 다릅니다. 저희가 간 곳은 감자 요리집 Kartoffel Keller(http://www.kartoffel-keller.de). 가게 로고의 감자 그림이 귀엽습니다.

가게 내부.

확실히 양로원.. 수도원? 지하에 있는 가게답게 내부는 뭔가 분위기 있죠.
다양한 감자 요리를 10~16 유로 정도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제가 시킨 것. 아래는 바삭바삭한 써니 사이드 업!
셋이 시킨 것..


요리는.. 음.. 감자는, 은근 다양한 종류가 나왔고, 애초에 감자가 맛이 없을리가 없잖아요!
문제는 곁들여 나온 것들. 제가 시킨 것은 그나마 나았는데(곁들인 홀스테인 햄이 장난아니게 짰음;) 다른 일행이 시킨 그라탕이나 팬 요리에 든 치즈가.. 느끼..

그야말로 맥주를 부르는 맛? 하지만 셋 다 알코올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ㅇ_ㅇ
짜고 느끼한 데다 양도 많았고요. 이럴 줄 알았음 메인 디쉬는 두 개만 시키고 하나는 좀 가벼운 걸로 하는 건데!! ㅡ_ㅡ;;;
 
그리고 기력을 다 써버린 우리 셋은 그대로 중앙역까지 걸어서 귀가했습니다.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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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뤼벡의 백화점(?) 지하에 있는 마트가, 독일에서 간 마트(3~4군데 가 봤음) 중 가장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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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벡의 명물이라고 하면, 프랑스 와인을 가져다가 뤼벡에서 발효시킨다는 ‘로트슈폰 와인’과 아몬드 가루가 입혀진 과자 ‘마지빵 Marzipan – 현지인 발음은 좀 달랐으나’ 입니다.
저 마지빵은 스페인의 톨레도에도 비슷한 게 있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전 둘 다 못 먹어서(ㅠ_ㅠ) 비교는 못 해보겠네요.

대신 마트에서 로트슈폰 와인을 사고(사진 윗부분 중앙), 그 오른쪽에 아티초크 병조림을 사고, 아래쪽에 마지빵 인스턴트 버전을 사고, 소금병을 샀습니다.

1. 로트슈폰 와인부터 말해보자면.. 저 상표가 별로였던 것일지는 몰라도 맛없었;;
그야 술 못하는 저에게 ‘니가 와인맛을 알아?’라고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탄닌의 떫은 맛도 없고 그렇다고 달달하지도 않고 뭔가 밍숭맹숭한 술이었습니다. 잠깐 교수님들에게 큰병으로 선물돌릴까 고민했는데(무거워서 관뒀지만) 다행이었음.

2. 왼쪽의 소금병은, 같이 간 언니가 ‘여기 소금이 유명하다며? 선물용으로 소금 살래!’ 하길래 저도 ‘아아 그 병 예쁘다! 나도 살래!’ 해서 산 건데.. 많이 비쌌는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소금 ‘무역’이 유명한 거지 소금 자체가 유명한 게 아니며, 심지어 저 소금은 북해도 발트해산도 아닌 지중해산(자세히는 안 읽었는데 지도로 보니 대충 크로아티아;)이었다는 후일담이 ㅡ_ㅡ 아까워서 어떻게 뜯지.

3. 아티초크 병조림은, 일단 생 아티초크는 구경도 못 해 보고(철이 지났나..아님 너무 커서 못 알아봤나) 모님의 조언을 빌어서 아티초크 딥을 찾아다녔는데 없었고, 병조림이 있길래 하나 가져왔습니다. 그나마 그 후에 간 다른 마트들에서는 통조림/병조림조차 없었음;; 어떻게 먹을지 고민중. 와인 안주?

4. 마지빵은, 초콜릿 안에 아몬드 가루를 넣은 인스턴트 형태로 나왔더라구요, 저건 뭔가 틴이, 필통 같다- 싶어서 산 겁니다. 설마 저 안에 작은 덩어리가 몇 개 있겠지- 싶어서 샀는데 뜯어보니 그냥 초콜릿 한 덩이가 나왔다는(헐 ㅡ_ㅡ)..
손가락 굵기로 하나하나 포장되어 나온 것도 있는데, 나중에 함부르크/프랑크푸르트 공항 면세점에도 다 있길래 선물 뿌릴 용으로 사왔습니다. 그런데 9월 1일 대학로에서 작은 버전 파는 곳 발견 ㅡ_ㅡ (프리미어 홍차랑 앵무새 설탕 파는 베이커리가 생겼길래 들어가봤더니..) 가격은 뭔가 2배는 받는 거 같더라구요; 그 가격을 주고 먹을 맛은 아닌 거 같던데 ㄷㄷ
‘니더레거’로 검색하면 파는 곳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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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간 마트가 유이하게 로네펠트가 들어와 있는 마트였는데, 대부분이 스트레이트 티;
내가 원하는 건 가향차란 말이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하나도 없었고, 그나마 친구가 요구한 선물 후보에 해당하는 게 딱 하나 있어서 사들고 왔어요. ㅠ_ㅠ 왼쪽 제일 아래.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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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홀스테인 문서부터가 중세시대로 떠나는 시간의 문처럼 보이네요. 저런 중후한 분위기를 참 좋아하거든요^^

yes24의 그 링크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m( )m 담번에 한번 주문 이용을 해봐야겠어요!
교보나 영풍보다 저렴할지가 조금 걱정이긴합니다만…. —>교보나 영풍은 주문해서 들여오는 외서는 10%DC가 있는데다가 신용카드할인이나 포인트적립 때문에 주로 이용하거든요. 듣는바로는 yes24가 책 주문해서 받아보는데까지는 가장 빠르다고 하더군요.
참, 교보는 예전에 바로 말씀하셨던 그런 문제때문에 폭풍처럼 많이 까였다고 하더라구요.
그 이후로는 좀 정신을 차렸는지, 제가 주문해서 받았던 책들 중에는 상태가 안 좋은 것들은 없었습니다. 주문따로 해서 받는 책들의 경우는 뒤에다가 자기네 가격표 붙이는 짜증나는 짓도 하질 않구요. 교보에 있던 책을 사면 여전히 그놈의 거대한 바코드 스티커가 붙어있지만요….(- -#)
하기사 그러고보니 저는 일러스트집처럼 고가의 책은 항상 친구들편에 부탁하거나, 아는 지인들중에 조만간에 한국 들어올 예정이 있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해서…일러스트집은 아직 산 적이 없었어요. 그나마 다행. 일러스트집 뒤에다가 저렇게 스티커 붙여놓으면 진심으로 화가 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그렇게까지 크고 중후하진 않습니다 ㅋㅋ
그저 유럽에 나왔다는 것이 기뻤을 뿐이에요!

yes24는 확실히 교보나 영풍보다는 비쌀 거에요.
웅.. 저는 우수회원이라 포인트 좀 쌓이는 데다가 제휴 카드랑, 우수회원에게 나오는 영화 할인권 등등을 포함해서 거의 교보랑 비슷한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주문하는 거거든요. 대신 뭐가 어떻게 되건 5만원 이상 모아서 한 번에 사지, 한두권 살 용으로 yes24를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

..교보에서 더러운 책 날아오는 게 저뿐만은 아니었군요.. ㅠ_ㅠ
교보도 전이랑 달라서 꽤 책이 빨리 오기는 하니까요. 한두권 시킬 때는 저도 교보쪽을 씁니다.
그 스티커는.. 진심으로 자국 안 나게 떼어내는 것이 매번 퀘스트가 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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