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목표..는 아니지만, 올해 들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시험 끝나고 여행 다녀오는 동안이랑, 새직장에 적응하는 기간에는 중단했다가 슬슬 재개했지요.
제가 사는 빌라에 제법 고양이들이 돌아다니는지라, 일년 살면서 너댓번 싸우는 소리도 들었고… 빌라 내의 여론(..)을 잡고 있는 할머니들은, 그렇게 고양이에게 적대적인 거 같진 않았지만, 하여간 어떨지 몰라서 몰래 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퇴근 시간이 해진 후가 되어서, 저도 밥 먹는 고양이 보기가 쉽지 않다는 거… ㅠ_ㅠ
현재 파악하고 있는 게 노랑이 한 마리랑 고등어 한 마리. 근데 얘네들도 2미터 안으로 접근하면 바로 도망가더군요. 뭔가 건사료말고도 간식 주고 싶은데 얼굴을 못 보니 약올라서 줄래야 줄 수 없는 상황.
그래서..
종이우산님 블로그에서 자주 보았던, 동국대 반야 가족을 보러 나갔습니다.
마침 어제가, 오후 동안 파견 나간 후 그대로 퇴근하는 날이었던지라, 모처럼 해가 떠있는 동안 집에 올 수 있었거든요. 관악에서 대학로 오는 길에 슬쩍 동국대에 들르는 셈.
단지 어제 점심은 눈오는 4월의 어느 날이었다는 거..(쿨럭)
멋 모르고 월요일에 봄옷 입고 출근했다가, 당직이어서 그대로 병원에서 잤다가, 그 봄옷 입고 거리에 나왔더니 엄청 추웠다는 ㅜ_ㅜ
그래도 월요일 당직 서면서, 병원에 있기 갑갑해서 근처 이마트에 화제의 클로티드 크림 사러 갔다가, 애견샵이 있길래 저키랑 캔을 좀 사왔거든요;
모처럼 샀으니까 들러나 보자 하고 동국대에 도착한 게 6시 30분. 두번째 방문이었습니다.
정각원 근처를 두 바퀴 돌았는데 애들이 안 보이더라구요. 추우니까 어디 숨었나.. 하고 포기하려던 차, 마릴린 반야를 발견! 그런데 눈이 마주치니 도망가더라구요.
그 근처 풀숲에 다른 애들도 있나 싶어서 뒤로 접근했더니 오오! 3미터 너머 하트 반야가!
혹시 싶어서, 캔을 들어서 흔들어보이니까 슬금슬금 다가오더라구요. 그 뒤를 따라 마릴린 반야도 슬금슬금..
마릴린이 좀처럼 접근을 안 하길래 캔 내용물을 좀 떠서 앞에 갖다줬습니다.
하지만 하트 반야, 이 캔(AIXIA 순관 참치+연어)은 별로 마음에 안 드시는지.. 좀 깨작거리다가, 지나가던 까치를 보고 퇴장하셨습니다. 거의 한 캔을 혼자 접수한 마릴린.
마릴린이 다 먹고 난 후, 자 이제 어떡할까 하고 있었는데 다시 3미터 너머에서 하트가 얼굴을 내밉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하트가 저키를 거의 혼자 다 받아먹은 것이 생각나서… 저키 봉지를 들고 흔들어주니까 이번엔 우다다 달려오더라구요. 이 넉살좋은 놈… ㅡ_ㅡ;
이번에는 마릴린도 직접 손에서 받아먹었습니다 >.<
반면에 새로 등장한 체크는.. 아무리 저키를 흔들며 유혹해도 입맛만 쩝쩝 다실 뿐 다가오지 않길래 던져줬더니 낼름 물고 퇴장. 이 자식 저번엔 헬시미요 참치맛 저키는 입만 대고 안 먹더니.. 이건(바우와우 닭가슴살 가다랑어맛)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
마릴린은 저키 하나를 잘 먹고 뭔가 더 원하시는 게 있는지 빤~히 바라보는데.. 제가 고양이를 길러본 적이 없어서 뭘 원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저키 하나 더? 낚싯대? ㅡ_ㅡ;
혹시나 싶어서 캔 하나를 더 까줬더니 쳐다도 안 보더군요 ㅡ_ㅡ;
그 사이 멀찍이 물러났던 하트는.. 먹으라고 준 저키를 가지고 먹지는 않고 축구를 시작했다는;
저번에 헬시미요는 잘만 받아먹더니 왜 이건 흙 다 묻히니 ;ㅁ;
잘 갖고 노는 걸 섣불리 뺏지도 못하겠고, 마릴린께서 거부하신, 이미 따 버린 캔은 또 어떻게 하지 했는데, 저키 물고 튀었던 체크가 멀찍이 나타나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쯤에서 해가 져서 초점이 날아갔습니다;)
마릴린은 물러나 서 있고, 체크는 캔을 탐닉하고 있고, 하트는 계속 먹을 거 갖고 노는데 중간에 좀 뜯어먹었는지 짧아져 있더라구요.
한편 벤치 아래에서 한참 캔을 드시던 체크 반야는.. 하트가 갖고 놀던 저키가 근처로 굴러오자, 저키가 더 맛있었는지 물고서 낼름 튑니다.
저도 추워져서 먹는 거 다 지켜보지 못하고 왔습니다.
저번에 찾아갔을 때도 그랬고 하트가 제일 넉살이 좋아요 ;ㅁ;
처음에는 한 번 얼굴만 보려고 간 건데 하트가 의외로 잘 받아먹어서 또 가게 되었달까.
고양이분이 떨어지면 아마 저키 들고 또 찾아가지 않을까 싶은데(한 달 쯤 뒤에…), 저 녀석 굵은 저키에 흙 묻히며 노는 걸 보니 그냥 얇은 헬시미요로 가져가야 할 듯.
그리고 흙 묻는 거 생각을 못 했는데 밥 그릇도 챙겨가야; 흙 잔뜩 묻었을 저키를 먹고 체크가 탈이나 안 났을까 걱정입니다 ㅡ_ㅡ;;
p.s: 그리고 그날 밤 자기 전, 목 마른데 마실 물이 없어서 편의점이나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유난히 큰 소리로 고양이들이 싸우더군요.
놀라서 나가서 일단 밥그릇 둔 쪽으로 가니까 없고(사료도 다 먹어서 없고..), 현관쪽으로 가니 거의 제 집 창문 바로 아래서 노랑이랑 고등어가 싸우고 있었습니다.
고등어는 바로 도망가고 노랑이는 왠일로 제가 1미터까지 접근해도 시크하게 쳐다만 보더라구요.
아놔 왜 남의 집(…) 아이들한테 간식 다 바친 날에.. 싶어서, 얼른 편의점 가서 물이랑 천하장사를 사 왔더니 아니나다를까 없어졌어 ;ㅁ;
혹시나 해서 밥그릇 쪽으로 가니까 노랑이가 빈 밥그릇을 건드리고 있더라구요. ㅠ_ㅠ
물 마시고 있던 걸지도 모르지만… 아아 건사료 택배는 내일 오니까 이걸로 참아! ㅠ_ㅠ 하고 소세지를 까서 흔들어대니 관심을 표하시는….
그래도 역시 접근은 안 하길래 밥그릇 위에 올려놓고 빠지니 바로 물고 사라지더군요 ^^;
우리 동네 애들도 좀 가까이 다가가게 해주고 하면 캔이라든가 저키라든가 줄텐데 말이죠.. ㅇ_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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