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끼, 조난당할 뻔하다.

가평의 ‘아침고요 수목원’이란 곳에 MT를 다녀왔습니다.
원래 사진 동아리인지라, 그리 밤을 새우지는 않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사진을 찍으러 나가죠.
….허나 저는 깜빡하고 카메라를 챙겨가지 않았기에(이제 학번이 되니 이런 것도 용납이 된다!),
혼자서 어슬렁어슬렁 수목원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집합시간 1시간 전에, 공원 외곽을 멀리 돌아가는 길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내고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지요.

…………거기에서 헤맨 겁니다.
처음에는 가지런히 잘 놓인 길이었다가 어느샌가 산길로 변한.
그래도 20분 정도 걸어왔기에 기를 쓰고 들어갔다가, 안 되겠다 하고 돌아나오던 시점에서 길을 잘못 든.

그리고 한 30분 정도 그 잘못 든 산 주위를 헤매다가..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동아리 회장(남자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데리러 와줘~ 신호를.
(그리고 저는 여기야~ 라고 계속 소리를 지르고.. 다행히 원래 길에서 그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금방 어디있는지 알았으니..)
다행히 재빨리(30분?) 와준 덕분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러던 도중에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ㅜ_ㅜ
대충 떨어뜨린 범위는 알고 있었지만 길도 없는, 낙엽이 쌓인 곳에 떨어뜨린 데다가, 갈색 지갑이었던 데다가, 더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지쳐있었으니까..(조난당했을 때 지치는 게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은. 휴대폰이 있었으니 다행이지) 후배가 오는 동안 찾다가 쉬다가의 반복이었지만 결국 못 찾고 돌아왔습니다.

에~또 재산피해는 지갑, 현금카드 두 개, 현금 25000원, 식권 20000원 어치. 3700원 남은 지하철 정액권.
그 밖에 주민등록증, 학생증, 아파트 카드키와 이런저런 회원 카드였지만…
지갑 자체를 잃어버린 것이 제일 타격이 크군요. (산지 반년밖에 안 됐는데 .. ㅠ_ㅠ)
신용카드나 올앳카드가 없었던 것이 다행이랄까. 어차피 그 산에 누가 들어가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하여간 구르고 계곡에 발 빠뜨리고..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얼굴이랑 다리 몇 군데 긁히고, 다리는 지금까지 알이 배겼군요.

아무리 산책이나 가벼운 등산을 좋아한다 할지라도 그런 깊은 산속(가평이라고 가평)에 혼자(그것도 길치에 방향치) 들어가다니, 지금 생각하면 무모한 짓이었지만.. 멍청한 짓에도 정도가 있지;
게다가 지갑을 잃어버린 것은 생전 처음이라.. 술 마시다 잃어버린 셈 치자 하고 자신을 설득중.
무사한 게 가장 다행이지만. 무섭기는 했으니까.

내일부터 현금카드 재발급해서 당장 현금부터 손에 넣어야.. 친구한테 빌리기는 했지만 역시 집에서 떨어져 살아가는 몸, 돈이 없는 것이 제일 불안하군요.

3 Comments

Add Yours →

이구.. 혼자서 많이 무서웠겠다.
정말 전화기가 있어서 다행이네..
근데 잃어버린 길에서.. ‘여기야..’하고 있는게..
상상되서.. 한번 크게 웃어버렸네 ^^;;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