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이야기야.
여기서 무척이나 먼 곳이지. 토카이도에서 서쪽으로 계속 내려가 추고쿠 산지를 넘어 한참을 더 내려가야 나오는, 일본의 땅 끝에 있는 돗토리에 엄청난 여자아이들이 있었는데, 알고 있나?
응? 어떤 녀석들이었냐고? 녀석들은 오토바이를 붕붕 타고 돌아다니면서, 철제 무기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싸웠지. 결국에는…… 애리조나 사막처럼 넓은 추고쿠 지방 제압까지 도전했다가 어느 날 홀연히 전원이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어. 그래서 폭주족들 사이에서는 영원한 전설로 남았지.
듣고 싶어? 진실과 허구가 뒤섞인, 그 녀석들의 피비린내 나는 진짜 이야기를.
그렇다면 우선 사람들이 그 소녀들을 뭐라고 불렀는지 가르쳐주지. 자네도 아마 들으면 알 거야. 그 소녀들의 이름은…….
제철천사!
**
출판사 이벤트에서 받은 책으로 쓴 리뷰라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그러고보니 요즘 의도치 않게 북홀릭 작품들 리뷰가 많았네요.
사쿠라바 카즈키의 2009년 작으로, 아카쿠치바 가의 전설의 스핀오프작입니다. 제 2부의 주인공인 아카쿠치바 게마리가 작품상에서 자신을 모델로 그렸다는 만화를, 소설로 냈습니다.
아카쿠치바를 워낙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발간되었을 때 나름 관심은 있었지만..
일본의 공식 홈페이지가, 특히 특공복을 입고 있는 사쿠라바 씨가 너무 충격적이서.. 전형적인 ‘병신 같지만 왠지 멋있어’ 랄까. 뭔가 비싼 하드커버 값을 주고 사는 것은 너무 모험이다 싶어서 안 읽고 있었습니다. 북오프에서도 안 보였구요;
그러다가, 이제 사쿠라바 작품 더 안 들어오네.. 하던 참에 북홀릭에서 내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놀라고 말았습니다. 허어;
내용 소개..랄까,
아카미도리마메 제철소의 장녀 아카미도리마메 아즈키(赤綠豆小豆 – 빨갛고 파란 콩, 팥?)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온갖 쇠뭉치의 사랑을 받아 폭주족으로서 각성한 후 기존의 여깡패단을 제압하고 제철천사란 이름으로 츄고쿠 지방을 통일하고, 그러다 어른이 되어서 은퇴한다.. 라는 이야기.
물론 그 바탕에는, 사회 문제가 학생 폭력에서 이지메/원조교제 등으로 넘어갔던 과도기였던가가 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이 작품은 .. 이런 표현 별로 안 씁니다만… 병신력으로 읽는다.. 라고 밖에 할 말이;
간단한 지문을 예로 들죠.
뒤따라 밤하늘에서 장미꽃잎 하나가 하늘하늘 떨어졌다. 노파의 썩은 피처럼 진한 붉은빛이었다.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는 운전하고 있는 마른 소년의 멋진 점퍼를 걸친 등짝과 함께 까마득히 멀어져갔다. 장미꽃잎이 또 하나, 이번에는 흔들림 없이 사뿐히 지면으로 떨어졌다.
…라는 식으로, 옛날 만화책에서나 나올 것 같은 코믹한 표현이 나옵니다. 애초에 만화책이 원작이라는 설정이니까요. 그냥 웃으면서 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즈키는 누가 봐도 게마리를 투영한 것이지만, 그 밖에도 동성연애자였던 게마리의 오빠, 산사람의 후손이었던 만요, 만요와 특별한 사이었던 직공, 등등, 아카쿠치바가의 전설의 캐릭터들이 거의 그대로 나와있어서 그것도 나름 즐겁더라구요 ^^
p.s: 1. 사쿠라바 카즈키의 소설 ‘후세(伏 贋作・里見八犬伝)’가 애니화 된다던데 잘 하면 라이센스 나오겠네요. 그 외에 다른 작품들도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2. 그 여자, 질풍노도! 란 프레이즈는.. 왠지 흑집사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