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바르셀로나

일어나서 어제 마저 못 봤던 카사 바트요(Casa Batllo)를 보러 고!


해골 발코니...
옆에 카사 아마뜨예르가 있지요. 눈에는 별로 안 들어왔습니다.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늘 구름 한 점 없이 쨍쨍한 날씨만 봤는데, 이 날은 처음으로 구름 낀 날이었습니다. 그냥 이 날이 특별한 거였는지, 카탈루냐 지방은 그나마 구름이 좀 끼는 기후인 것인지 모르겠지만요. 이 다음날 같은 경우는 여우비도 왔어요.
사진 찍다 보니까 구름이 예쁘게 잡혀서.. 오옷 이 폰카 대단해! 라는 느낌으로 찰칵찰칵.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카사 바트요는, 개인 소유라서 입장료가 꽤 나오더군요. (18.15 유로)
오디오 가이드가 기본으로 나오는데, 한국어는 없었고 일본어 가이드가 있어서 저는 그것으로(^^;;), 다른 일행들은 영어 가이드를 받았습니다. 설명이 워낙 길어서 대충 건너 뛰었지만.

안에서 밖을 바라볼 때.
안에서 밖을 바라봤을 때. 2층 뒷쪽에서 공중정원처럼 나갈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공중 정원(?)의 벽 장식.
버섯 모양의 벽난로.
천장.. 채광창.
천장의 조명. 수리중.
중앙 엘리베이터를 둘러싼 유리. 마치 물속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게 가공되어 있습니다.

건축에 조예가 없는지라 사실 가우디란 이름도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과연 천재 건축가라고 불릴만 하구나, 라고 느끼긴 했습니다. 자연(이쪽은 바다)을 주제로 한 설계라든가.
이런 건축을 가능케 한 기자재를 만들 수 있었던 환경이었을 거라는 것도 흥미 깊었고요. (기술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점에서. 특별 제작? 무진장 비쌌을 듯..)
단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작품인데, 가우디의 작품이면 다 세계문화유산인가? 뭔가 시대상이나 당시 건축 양식을 반영해야하지 않나? 라든가, 의문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문학이나 미술에 전부 시대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나름 20세기 초의 건축양식이라는 게 반영되었을지도 모르고. 잘 모르지만.

카사 바트요 안의 기념품점에서는 당기는 게 없어서 셋 다 빈손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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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예오 모레라(Casa Lleo Morera)는 1층 공사중이라 밖에서만 봤습니다.


다음은 구엘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뒤에서 접근해서 정문으로 나가는 게 좋다는 아저씨의 조언에 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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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와 발품을 팔며 올라가면, 동네 주민들이 산책을 나올 법한 작은 야산(?언덕?)이 나오고, 그를 내려가면 구엘공원이 나옵니다.

구엘 공원에 도착하고서는 일단, 벤치가 있는 중앙 광장(?)에 앉아서 점심으로 빵을 먹으면서 휴식. 바르셀로나 시내와 지중해가 보이는 방향으로, 이것도 구불구불 타일로 장식된 벤치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아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못 찍었네요(사람 많으면 사진 찍기 싫다). 쓰레기도 많았고.. ㅠ
게다가 우리가 차지한 곳이 제법 사진 찍기 좋은 위치인지라, 사진 찍어달라는 요구를 꽤 받았습니다(다 내가 찍었지만;;; 나름 대학생 때 사진부였음). 그 중에서는 가이드 따라온 네 명의 한국인 아줌마(..라고 해도 30대 후반)도 있었구요. 찍어주고 나니까 우리 셋에게 이런저런 질문 공세.

‘학생이에요?’ ‘아뇨, 직장인인데요.’ ‘에에? 어떻게 셋이서 휴가를 맞췄어요?’ ‘아, 어쩌다보니…’ ‘가이드 없이 다니는 거에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아니 그냥.. ㅡ_ㅡ;’
가이드가 말한 집합시간이 되어, 아줌마들이 사라진 후 한동안 셋이서 궁시렁거렸습니다.

삼끼 : 스페인까지 와서 한국인이랑 말하기 싫어… (너는 그냥 모르는 사람이랑 말하기 싫은 거겠지, 영어로도 말하기 싫다.)
일행 A : 그치? 남의 일이 뭐가 그렇게 궁금하대? (궁시렁궁시렁)
삼끼 : 아줌마니까…
일행 A : 아 그래;

아니 뭐 반쯤은 편견이긴 한데 왜 마시다 만 콜라캔을 버리고 가냐고…


그리고 점심을 먹고 에너지를 충전한 후 공원을 돌아다녔습니다. 사람 많아서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공원 입구에 위치한 '과자의 집'. 원래는 관리실과 경비원 집이라고 하네요.
쿠아악~ 이 타이밍에 진짜 기적처럼 사람이 없었음. 직후에 벌떼처럼 몰려든;

한가지 특이한 게, 여기저기에서 잡상인들이 기념품을 파는데, 바닥에 깐 네모난 천의 귀퉁이 각각에 줄을 매달아 놓았더군요. 아마 경비가 오면 줄을 확 집고 바로 튀어버리기 위해서인 거 듯? 신기했습니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보았음. 아니 그라씨아 거리였나?)


공원 내에는 가우디가 살았다는 ‘가우디 박물관’이 있는데, 딱히 박물관에 입장하지 않아도 기념품점에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더군요. 센스~
그리고 저는 여기에서, 이성의 끈을 살짝 놓아버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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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바르셀로나 공항 면세점에서도 느낀 것인데, 정말 머그라든가, 다구가 예쁜 게 너무 많아요. 결국은 가우디의 건축 디자인을 기본으로 한 거니까, 가우디가 대단한 거겠지만!!!

밑의 두 개는 각각 티 트레이랑 밀크저로 쓰려고 산 거고, 왼쪽 머그는.. 일단 샀다가 선물용으로 쓸까?(왜냐면 오른쪽 머그가 더 예쁘니까) 싶어서 산 건데, 사실 저 손잡이에 스푼을 꽃을 수 있게 되어있었거든요? 근데 귀국 후에 박스에서 꺼내다가 스푼이 미끄려져서 한 5cm 아래로 추락(?)했는데, 그대로 뚝 부러져서; 제가 갖고 있기로 했습니다.
티 트레이는.. 뭐, 원래 있던 것도 잘 안 쓰고 있고, 밀크저는 쓰려고 해도, 자취집에 전자렌지가 없어서, 밀크팬에 우유를 데울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찻잎도 같이 넣고 끓여버리는지라 아직은 무용지물…
결국 저 넷, 제가 나가있는 사이 어마마마께서 실가 거실 장식장에 넣어버리셨습니다. 예쁘다고 좋아하시더군요. (…내 웨지우드 찻잔들도 다 그 장식장에 있지…)

저 ‘과자의 집’ 중의 한 채도 기념품점이고, 입구에서 밖으로 나가서도 기념품점이 몇 개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페인 여행하시는 분들은 기념품을 여기에서 사시는 것이 좋을 듯. 저 도마뱀 타일 문양이 마음에 안 들면 어쩔 수 없지만, 제가 스페인 여행하면서 본 것 중에 저게 가장 예쁘더이다… 물론 다른 디자인의 다구들도 많아요!

입구 밖에 있는 기념품점에는 이런 곳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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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파리가 아니거든... ㅡ_ㅡ;
뭐, 알퐁스 뮈샤는 좋아하는지라 반가웠지만요. 그래도 여기에서 저 기념품을 사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파리에서, 저 Le Chat Noir는 꽤 여기저기에서 봤는데(마그넷과 컵받침을 샀음) 알퐁스 뮈샤 그림은 못 봤네요.

*********

다음에는 사그리다 패밀리아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해가 진 후라.. 을씨년스럽더라구요.
낮에 볼 떄랑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저 공사기구만 아니면, '마왕의 성' 이미지였는데!

당연히 못 들어가고, 밖에서 구경하다가 귀가했습니다. 물론 다음날 또 갔지요… ㅡ_ㅡ;;
 
저녁은 호텔 근처 tapas에서 먹으려고 호텔로 오다가, 호텔 오른쪽 바로 옆에 큰 마트가 있는 것을 발견(역이 호텔 왼쪽에 있어서 오른쪽을 볼 새가 없었음).. 아놧 괜히 길 건너 있는 작은 마트로 다녔잖아! 이 여직원이!! 싶었으나 티는 내지 않고, 호텔 프런트에 가니 역시나 그 여직원이 있더군요.

Tapas를 소개해달라고 하더니 갑자기 흥분하면서 좋은 가게가 있다고, 지도를 쥐어주며 전화로 예약까지 잡아주더군요(..중개비를 얼마를 받는 거냐…). 문제는, 그곳이 바가 아니라 코스 요리가 나오는 레스토랑이었다는 것…
………..
………우리는 tapas라고 했다고!!

뭐, 요리는 맛있었어요. 뭔가 장식되었던 생선 구이를 먹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셋 다 식욕이 그리 없었는지라 많이 안 시켜 먹고 나왔어요.

그 여직원에게는, 이후 체크아웃할 때 전기 포트 대여료 2유로를 10센트와 20센트 짜리를 한움큼 모아 지불하는 것으로 소소한 복수를 했습니다…


호텔에 오니까, 프런트에 사람들이 모여 축구 관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역시나,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전이었더군요. 우리는 신경 안 쓰고 냉큼 잤습니다.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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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우디네 나라군요…
건축물들이 다;;
해골은 밖에서 보니 이상하지만, 안 쪽은 예브네요 ㅎㅎㅎ

예. 저 해골 보이는 부분은 주거지역이라 그런지 나가볼 수는 없었구요.
정말 천재다 싶었던.. 건축쪽으로는 전공한 분들이 더 그 대단함을 알겠지만, 전 디자인으로도 압도당하겠더라구요 ㅎㅎ

모 이리 이쁜 찻잔들이 많데요? 역시 유럽은 풍경도 그림이지만 물품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들이 많네요~ 스페인…. 가보신 분들은 다 좋다고 하시던…. 전 언제갈까요? 사진이 다 너무너무 이뻐요!

예. 찻잔 예쁜 게 진짜.. 많더라구요.
차러리 백화점 다구 섹션… 이런 데였다면 마음의 대비라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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