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이틀째.
오전에는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에 갔습니다.
낮에 처음 걸어봤는데, 이후 두고두고 실감했는데.. 햇빛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온도차가 너무 현저하더군요 이 나라. 그냥 추운 것보단 낫지만.
미술관 입장료는 12유로.
국민의 95%가 카톨릭 신자인 나라여서인지는 몰라도, 종교화가 꽤 많더군요.
다만 저는 종교화는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몇몇 그림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0층과 지하 1층 구석에 고야 그림도 모아놔서 보고 왔구요.
다 둘러보고 난 후에 기념품 가게에 들렀는데, 미술관은 파리에서도 오르세 갈 생각이기도 해서 아무 것도 안 사고 나왔네요. 스페인인데 터너, 르누아르, 모네 책이 놓여있는 게 인상적이라면 인상적.
점심은 미술관 근처 식당에서 적당히 오징어 먹물 파에야와 기타 등등. 맛은 그럭저럭이라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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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는 사실, 톨레도에 당일치기로 다녀올 작정이었으나… 모종의 사고로 못 가고, 솔 역으로 이동. 푸에트라 델 솔에서 악단 공연과 광대를 구경하고 있자니 마찬가지로 스페인에 여행와 있던 다른 의국 동료 언니한테서 저녁을 같이 먹지 않겠냐고 문자가 왔습니다.
(그러고보니 여기에서 0점 밟고 온다는 것을 깜박한;)
오후 8시에 합류하기로 하고 우리는 적당히 구경하면서 마요르 광장으로 이동. 가는 도중에 초콜릿 가게가 있길래 들어가봤어요. 쿠키도 팔고 있고 시식 가능하길래 먹어봤는데, 그냥 쿠키맛.
그보다, 올리브 초콜릿이란 걸 팔고 있어서, 마침 캔도 예쁘고, 올리브가 들어간 초콜릿이라니 이 무슨 괴식인가 싶어서 샀습니다. 9.95유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모양만 올리브처럼 생긴 아몬드 초콜릿이더군요. 괴식을 기대했는데 실망. 맛나긴 했지만. (별로 올리브처럼 생기지도 않았더만;)
그 다음 마요르 광장(Plaza Mayor) 도착. 처음으로 폰카의 파노라마 기능을 시도해봤습니다. 하지만 실패.
가운데 서 있는 동상은 펠리페 3세. 저 동상을 중심으로 4층 건물이 정사각형을 이루며 감싸고 있는 광장이네요. 산책 나온 듯한 주민들, 광대(?), 1층 건물은 개점 준비 중인 바나 레스토랑 등등… 무언가 대단한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한가한 분위기더군요. 추웠지만.
우리도 일단 앉을 만한 데 걸터앉아서 잠시 다리를 쉬어주었습니다.
다음에는 만나기로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미리 알아두자는 명목으로 배회. 작은 길가에 이런저런 바르와 레스토랑이 모여있었는데, 그 와중에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있었던 것이 인상적.
그러다가 해가 떨어져서 온도가 급속히 낮아지기 시작… 마침 가까이에 있던 생 미구엘 시장(Mercado de San Miguel)로 들어갔어요.
유리벽으로 된 건물 안에 이런저런 작은 가게가 모여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가게, 치즈 가게, 홍차 가게, 올리브 꼬치 가게, 와인 가게, 튀김 가게, 과일 가게 등등. 손님들은 그 앞에 서서 조금씩 사 먹는다는 도식인데, 쉽게 생각하자면 우리나라 백화점 지하 푸드 코트랑 흡사한 분위기.
다들 즐거워보이고 다들 맛나 보였어요! 생활감이 넘치는 시장 특유의 공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라 춥지는 않아서 마드리드에서 제일 마음에 든 곳. (어이?)
조명빨도 있고 해서, 무척 맛있게 보였으나… 잠시 후 비싼 저녁을 먹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참고,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햄 튀김이란 것을 사 봤습니다. 그리고 과일가게에서 체리를 좀 샀어요.
요거트 아이스크림은 그냥 요거트 아이스크림 맛. 햄 튀김이란 건.. 짜더군요. 마침 이 날 슈퍼에서 포테토칩도 샀는데 이것도 무진장 짰다는. 이 두 번의 실패로 인해 이후 이 나라에서 튀김 과자를 살 생각은 접었습니다.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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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8시가 되어 드디어 우리가 가기로 한 레스토랑 ‘보틴(Botin)’이 오픈!
이 보틴은 1725년 오픈한, 기네스북에 올라가 있는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레스토랑이라고 합니다~
지하 2층으로 안내받은 후, 우리가 시킨 건 당연히 새끼돼지 로스트 ‘Cochinillo asado’. 젖을 떼지 않은 새끼 돼지를 통으로 구운 것으로, 정확히는 세고비야의 명물이라고 하지만, 세고비야는 일정에 없고.. 어쨌건 시켰습니다.
시키고서 메뉴판을 돌려주려고 하니 그냥 기념품으로 갖고 가라고 하더군요 ㅡ_ㅡ;
(여행 도중에 가방 넣을 자리 만들다 거치적거려서 버리고 왔지만;)
5인분을 시켰으니 새끼 돼지가 통째로 나오는 거 아냐? 하고 걱정을 했으나, 다행히 미리 해체(..)를 해서 주더군요.
새끼 돼지 통구이.. 라면 만화 카구야히메(월광천녀)에서, 주인공이 잠시 귀여워했던 새끼 돼지를 보디가드가 통구이로 만들어서 내놓는 신이 인상적이었죠….
하여간, 겉의 돼지 껍질(..)은 과연 어린 돼지라서 아주 얇고 바삭바삭. 껍질 안에는 부드러운 고기가. 육즙이 넘치는 사르르 녹아내리는 고기님이라고밖에 설명을 못 하겠군요!!
하지만 그 전에 시장에서 군것질을 한 상태인 것도 있고, 저 한 접시는 좀 많아서 남겼어요 ㅠ_ㅠ
그냥 5명이서 5인분 시키지 말고 3인분쯤 시켜서 나눠먹을 걸 하고 후회했습니다.
그 탓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잊지 못할 정도로 맛있었냐 하면 글쎄? 싶네요. 일단 제일 오래되었다는 식당에 가본 것에 의미가 더 크지 않나 싶은.
그리고 함께 시킨 샐러드. 솔직히 샐러드가 더 좋았어요.. ㅠ_ㅠ
앞에 있는 게 보틴 샐러드. 뒤에 있는 게 Artichoke 샐러드.
아티초크는 우리일행의 언니가 먹고 싶다고 해서 시켰고, 보틴 샐러드는, 뭐든지 자기 가게 이름을 붙인 음식이 맛있는 법이라는 제 친구의 의견을 따라.. 둘 다 정답이었습니다. 아티초크 샐러드는 덥게, 보틴 샐러드의 아티초크는 차갑게 나왔는데(반대였던가?) 전 차가운 쪽이 더 좋았네요.
이것하고 연어 샐러드를 시켰습니다. 연어맛.
이후 여행 다니면서, 제대로 된 샐러드를 먹은 게 이 집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듯… 왜 다들 샐러드를 시키면 그리 부실한 건지. ㅜ_ㅜ
새끼 돼지와 싸움을 벌이며 저녁을 마치자 웨이터가 디저트용 메뉴를 들고 오길래 안 먹는다고 하니, 그 메뉴판은 안 주고 수거해가더라는….
뭐, 2차는 안 하기로 하고 잽싸게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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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는 그나마 사진을 덜 찍은 편인데 올리고보니 제법 되네?;; 아, 그래도 음식 사진 찍은 건 이게 답니다; 먹기 전에 사진 찍는 버릇이 안 들어서; 먹은 후에 사진 안 찍었다고 후회하죠.
4 Comments
Add Yours →우오 이번에는 사진이 많네요+_+
광장 색이 너무 예뻐요~
과일가게 가셨다는데서, 전에 일본여행 간게 생각나네요 ㅋㅋ
저녁에 돌아다니는데 연 가게가 없어서
대형슈퍼마켓 들어가서 복숭아를 사와서 간식으로 먹은 저희 가족…-_-;
네, 조금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되더라구요.
파리 같은 데가 거의 사진 안 찍었다는…
이 곳은 8시부터 저녁식사 타임이라 그런지, 그럭저럭 늦게까지 열려있는 데가 많았던 듯? 8시에 닫는 데도 있긴 했지만요 ㅎㅎ
0점 밟는게 모양?
햄튀김..윽 생각난다. 맛없어!!
스페인의 국도가 시작된다는 표시가 그 광장에 있다고 했거든.
무슨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왠지 기행책에 써 있길래 봐두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