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행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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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사토루는 길고양이 출신 나나와 5년간 서로 더할 나위없는 룸메이트로 살아 왔지만, ‘어떤’ 사정이 생겨 나나를 입양시키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둘은 나나를 맡아줄 후보들과 만나기 위해 은색 왜건을 타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사토루의 그리운 친구들을 찾는 여행을 떠난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이 짧고도 긴 여행을 고양이 나나가 메인 화자가 되어 리포트로 써 내려간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고양이 나나의 시점이 중심축이 되고 사토루의 친구들의 입을 통해 밝혀지는 사토루의 어린 시절이 교차 되면서 고양이의 새 룸메이트를 찾아 떠난 여행은 사토루의 과거를 여행하는 시간 여행이 되기도 한다. 그와 더불어 친구들이 각기 갖고 있던 고민들과 사토루를 둘러싼 비밀도 하나 둘 베일을 벗는데…. 여행의 끝에서 사토루와 나나가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풍경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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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아니 제작년에 근무하던 병원에, 일본 도쿄의대에서 교환학생이 왔더랬습니다(도쿄대 아님. 도쿄에는 도쿄대 의대, 도쿄의대, 도쿄치의대가 있다고 하네요).
어쩌다 제가 돌보게 되어(?) 아니 근무시간 내내 붙어있는 건 아니고 오리엔테이션이랑 만약을 위한 상담? 같은 거였지만, 그 친구가 후반에, 한국에 놀러온 부모가 이런 걸 비행기에서 읽으려 들고 왔는데 혹시 관심있냐고 건네준 게..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하여간 문예춘추의 문예지였습니다.

이 출판사에서 내가 읽을 만한 게 있을까 뒤적였는데, 기억 나는 건 샤넬 클래식 핑크 선전이랑(어이), 문예지 기자가 오토코노코로 분장하는 과정을 담은 특집 페이지(소감이 ‘새로운 나를 발견했어요!’였음;;), 그리고 이 소설의 마지막 연재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들이 어떤 여행을 다녔는지는 몰라도 어떤 식으로 끝나는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죠. 한국어판이 나오고, 지인에게서 ‘엄청 울게 되는 소설’이라는 말을 들어도 저는 시큰둥했습니다. 왜 울게 되는지 결말을 미리 읽었으니까요. 슬프라는 결말이기는 한데 다짜고짜 결말만 읽으면 캐릭터에게 애정도 안 생기고, 그러니까 슬플 리도 없고.


그리고 한국어판을 읽었습니다.
….울게 되더군요.
아니, 마지막에서 둘이 이별하는 부분만이 아니더라도, 울먹하게 만드는 부분이 여행 중간중간에 나와요. 생각해보면 이 작가, 무네큥-한 이야기를 만드는 데 익숙하니 울게 만드는 이야기도 익숙할거라는 예상은 했어야 했나?


사토루와 고양이 나나가 여행을 다니며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과거+현재를 되새기는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뭉뚱그려 말하면.
굳이 냥덕이 아니더라도, 훌쩍거리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역자 후기에, 한국에 이제껏 작품이 소개된 것치고 아리카와 히로가 잘 안 알려져서, 이번에는 출판사를 고심해서 골랐다- 라고 써 있는데, 아무리 북폴리오에서 냈다 하더라도 그건 무리가 아닐까라는 게 제 생각. 아리카와 히로의 정수라면 역시 무네큥 로맨스일텐데, 한국의 로맨스 소설 시장은 한국 로맨스 소설+어둠의 공간(..)으로 공급이 충족되어왔거든요. 지금까지 다른 여성향 라노베 레이블들이 망해왔던 것을 봐도.. 앨리스노블이 어떻게 될진 모르겠으나, 아리카와 히로가 갑자기 한국에서 뜨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음. 시어터!도 조용히 묻혀진 판국에..
제 주위 원서파 중에도 확실히 아리카와 히로를 좋아하시는 분은 한 분 정도에 아리카와 히로’도’ 읽는다 몇 분 있는(저 포함) 수준이라. ㅇㅅㅇ 그리고 그 좋아하시는 분은 원서파지… ㅡ_ㅡ..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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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라카와 히로의 연애소설들을 읽어봤는데 딱히 무네큥(…)을 느끼지 못하겠더군요. 도서관 전쟁은 읽다 말았는데… 아무튼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끌릴 만한 작가는 아닌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음, 도서관 전쟁이랑 레인트리의 나라가 제일 좋았네요. 정확히는 무네큥보다 달달한 라인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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