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마저 얼어붙는 동토의 산맥에서 눈사마귀 여인이 분연히 일어선다. 이 혼례에 영원한 축복을―.
오랜 기간에 걸쳐 동혈전쟁을 벌여온 페르비에 족과 미르데 족. 그 전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두 부족이 하나의 약속을 맺었다. 그것은 마음에 담은 사람을 잡아먹는 ‘눈사마귀’라고도 불리는 페르비에의 여족장 아르테시아와 영원성을 신앙으로 삼는 숙적 미르데 족장 오우가와의 정략결혼이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세대를 거치면서 점차 의견이 엇갈리는 이들에 의해 변질되고 만다.
과연 산맥의 땅에 평화가 찾아올 것인가. 그리고 극한의 땅에 흩날리는 사랑의 행방은…. 「부엉이와 밤의 왕」, 「MAMA」를 잇는 ‘사람을 먹는 이야기’ 최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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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으로도 나와있습니다. 전격대상 수상 출신 작가의 세번째 작품. 코쿄쿠 이즈키는 이후 전격에서 ‘부엉이와 밤의 왕’의 후편, 미디어웍스 문고에서 한 작품을 내고 일반 문예로 갈아탄 듯.
한국에서의 판매량은 그닥이었는지 밤의 왕 후편은 안 들어오네요.
‘부엉이와 밤의 왕’도 ‘MAMA’도 소재는 괜찮은데 뭔가 20%쯤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던지라, 하지만 이 작품은 모 리뷰 블로그에서 소개된 글이 인상적이었기에 NT 말고 원서로 읽어야겠다 싶어서 위시리스트에 굴려만 두었다가 이번에 일본 여행 갔다가 텐진 북오프에서 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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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아르테시아는 사랑하는 사람을 잡아먹을 정도로 정열적인 사랑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족 페르비에의 족장. 어릴 적부터 적 부족인 미르데로 시집을 가는 것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제대로 사랑도 모르고 정략결혼이 사랑으로 이어질 거라 생각도 하지 않지만 그에 대해 절망하지는 않는 냉정한 성격. 약속의 때가 다가와서 적 부족인 미르데의 땅에 가니, 미르데 전 족장의 미이라의 머리가 도난당해있었습니다. 범인은 아마도 페르비에 족 중의 누군가. 이대로라면 모처럼 찾아올 평화가 깨지겠다 싶어서 머리를 찾으러 나서는데..
설원을 배경으로 한, 사랑하는 사람을 잡아먹을 정도의 정열을 가진 여인과 광인인 남자의 사랑이야기.. 라고 들었는데 사랑은 어디임? 애증은 어디?
..싶었는데 2/3쯤 지나서야 사랑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라구요.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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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팔은 내가 받았다. 죽음의 산까지 가져가지. ….대신 원하는 것이 있나?”
미르데의 영원.
나의 팔.
아픔. 입맞춤. 살의(殺意). 붉은 피.
-아아, 구역질이 난다.
“당신을”
바람아 불어라.
폭풍아 일어나라.
이 목소리를. 이 말을. 지워버려.
“당신을, 먹고 싶어.”
단 하나 남겨진 손목이 당겨졌다. 가르야의 마른 손이 로지아의 팔을 당겼다.
그것이 단 한 번의 정교(情交)였다. 안기는 일조차 없이, 입맞춤 한 번도 나누지 않았다.
숨이 닿는 거리에서마저 산맥의 차가운 바람이 서로의 열을 빼앗았다.
남자와 여자는 두꺼운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 사실만이 그 후로도 여자에게 몸을 태우는 듯한 후회를 남겼다.
남자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단 한 번을, 여자는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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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인상깊은 사랑이야기이긴 했는데, 조금만 더 과거 이야기를 길게 쓰는 게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다가 아르테시아/루이, 오우가/가르야가 바뀐 오타도 세 개나 발견 ㅡ_ㅡ 편집부 일해라;;; 제가 가진 게 1판 1쇄안데 설마 2쇄부턴 교정했겠죠.. 한국어판도 교정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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