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일째.
오전 일찍 Atocha Renfe 역에서 고속 철도를 타고 세비야로 이동했습니다.
Renfe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고속 철도. KTX 같은 존재인 듯?
나름 방사선 짐 검사도 받았고, 기차에서 이어폰과 라디오를 제공해서 들으면서 갔습니다. 스페인어는 못 알아듣지만. (이어폰이 안 좋아서 내 거 끼워서 들었음…)
처음에는 내내 평야와 낮은 산들이 보였다가, 뒤로 갈수록 제법 높은 산들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2시간 후 스페인의 남부 지방(안달루시아)인 세비야에 도착하고 처음 느낀 것. 따뜻해!
우리나라 봄날씨 같습니다. 물론 음지로 들어가면 좀 추워지지만… 낮에는 외투 벗고 다닐 정도.
게다가 날씨가 따뜻해서인가, 말로만 들었던 오렌지 가로수가!
오렌지가 열려있기는 했지만, 제대로 영양공급을 해준 게 아니라 맛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안 건드렸습니다. 하지만 까먹다가 버려진 오렌지가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었는데… 다들 호기심에 건드려본 모양.
택시를 타고 호텔이 있는 산타 크루즈 거리에 도착. 이게 무척 좁고 구불구불한 거리라 처음에 길 외우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호텔 찾아가는 것도 힘들었는데(택시가 골목 안으로 못 들어가서) 지나가던 산책 중인 노부부께 여쭤보니 영어는 안 되지만 친절하게 호텔 앞까지 데려다주셨어요 ^^
큰 도시가 아니라서, 세비야에서는 걸어만 다녔습니다.
호텔에서 짐 풀고 대충 점심을 때운 후 향한 곳은 카테드랄.. 이었지만 그 전에 일단 그 앞에 있는 고문서 보관소에 들렀어요. 일찍 문 닫는대서.
입장료 공짜지만 들어갈 때는 짐 검사가 필요한 곳이었는데, 정복사업하면서 여기저기에서 뺏아온 고문서와 유적들을 보관한 곳이었습니다. 스페인이 원래 그렇기야 하지만 여긴 그런 분위기가 현저하더군요. 건물 사진은 안 찍었어요.
다음으로 향한 곳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성당이라는 세비야의 카테드랄.
에 또, 이 쪽이 뒷면이고.. 옆면으로 가면 제법 웅장한(?) 인체 조각상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깜박 안 찍었습니다. 정문을 찾아 한바퀴 돌고 있자니 왠 뒷문 같은 게 있어서 들어가봤어요.
실제로 예배에 쓰이고 있는 구역인 듯. 나름 예쁘긴 했으나 대단하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이곳을 좀 둘러보다가 아무래도 정문은 아닌 거 같다는 것을 깨닫고 나와서 다시 정문으로 go. 입장료 8유로.
영국에게 깨지기 전의, 전성기의 스페인 시절에 신대륙에서 끌어온 금으로 지어진 거라 어쨌건 크고 웅장합니다.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천장 높은 건물을 지었을까 신기신기.
마침 가이드 동반한 한국인 단체객들이 있어서, 모르는 척 근처로 가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 성당이 지어진 역사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하시더군요.
성당 내를 다 둘러본 후에는 종탑으로 올라갔습니다. 세비야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탑.
카테드랄을 나오고 나니 대충 6시. 알카사르 궁전은 다음날 가기로 하고, 일단 좀 쉴까? 하고… 익숙한 맛을 찾아 스타벅스로 들어갔어요. 가게 내에는 익숙한 머그와 텀블러와 티 캔이 놓여있었습니다.
스타벅스야 세계 여기저기 있는 곳이지만, 유난히 세비야에 많았던 듯. 세비야 돌아다니면서 그 작은 번화가에서 세 군데나 봤음…
야외에서 커피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 구경을 한 후 론다로 이동할 버스표를 예매하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갔습니다. 가면서 자선 병원과 세비야 대학(옛 담배공장. ‘카르멘’의 무대가 된 곳이라고)를 밖에서 흘끔 봐주었고요.
론다에서는 볼 것이 많지 않으니 느지막하게 가자고, 오후 3시 반 표를 끊고 나니까 완전히 해가 졌습니다. 근처에서 갈만한 곳이라고는 스페인 광장과 황금의 탑, 이었는데 황금의 탑은 피곤해서 넘겨버리고, 여행사 아저씨가 꼭 가라고 했던 스페인 광장으로 갔어요.
응, 예쁜 곳이었습니다. 우리나라 CF에도 나오는 곳이라고 하는데 무슨 CF인지는 TV 잘 안 봐서 모르겠고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구석에 애정행각하고 있는 커플들도 제법 있었고요.
다리 건너서 돌아오는데 왠 스페인 젊은이들이 열심히 말을 걸어오더군요. 스페인어로.
셋이서 뭘까? 하고 지나치려는데 한 남자가 결국 영어로 말을 걸더군요. 내용인즉, 자기 여자친구가 생일인지라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말을 각국의 언어로 모으고 있으니 촬영에 협조해줄 수 있냐는 거.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ok라면서 카메라를 들이대더군요.
셋이서 아무 신호없이 멋대로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입을 맞춘 게 아니라 아마 못 알아듣지 않을까요? 어쨌건 고맙다는 말을 듣고 귀가. 스페인 광장에는 다음날 낮에 한 번 더 오자고 했는데.. 다음날 알카사르 궁전에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덕에 결국 못 왔습니다 ^^;
저녁은 친구가 블로그에서 봐둔 현지인들에게 유명하다는 튀김집으로 갔어요.
Puerta de la carne라는 곳인데, 명란 튀김이 유명하다던데 몇 점 안 남아서 싹쓸이하고, 그 외에 오징어 튀김, 대구 튀김, 크로켓 등등. 이거저거 섞어서 샀습니다. 부루뚱한 언니가 혼자 가게를 보고 있더군요.
가게 내부에는 자리가 없고, 가게 앞 길가에 먹을 수 있게 야외 카페처럼 꾸며놨습니다. 자리에 앉으니 튀김집 옆 레스토랑에서 웨이터가 나와서 주문을 받더군요. 주위 사람들도 전부 튀김을 사다가, 자리에 앉아서 맥주나 와인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각자 샹그리아 한 잔씩 시켰음.
아마 레스토랑이랑 튀김집 주인이 같은 모양. 튀김집 언니가 막 레스토랑에 들어가고 하는 것으로 봐서..
튀김은.. 맛있었어요. (사진은 안 찍음). 명란 튀김이 제일 유명하다지만, 이 때는 식어있어서 별로. 오히려 명란이나 오징어 튀김이 맛있었어요. 스페인에서는 저녁에 해산물을 주로 먹었습니다… 크로켓은 익숙한 크림 크로켓의 맛이었고.
튀김을 다 먹어치운 후에는 근처를 조금 배회했는데, 그 곳이 관광 거리의 시작점이라고 하던데 어떤 점이 관광 거리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음.. 바가 주로 나와있고, 딱히 밖에서 구경할 만한 곳은 없길래 호텔로 귀가했습니다.
4 Comments
Add Yours →오 역시 웅장한 건물이 많네요 ㅎㅎ
오렌지나 레몬나무가 있다는게 일단 참 신기하네요
역시 스페인이란 느낌!
방사능짐검사를 하는 군요…
한국인이라서 그런가요ㅜ?
아뇨, 방사능 짐검사는 그냥 다 하는 거 같더라구요..
그러고보니 나중에 간 피카소 미술관도 그렇고 은근 하는 곳 많았다는..
스페인은 오징어 튀김이 짱이야. ㅎㅎ
근데…너 가격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다니. 놀랍다.
난 벌써 까먹었어 @_@
다이어리에 써 놨으니 아는 것임.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