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크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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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커다란 전쟁을 치르고 평화를 찾은 가까운 미래 세계. 인간들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쇼로 만들어 벌인다. 그리고 그 대리전을 펼치는 두 회사 로스톡과 라우테른이 있다. 유럽 전선의 기지 우리스로 배속되어 온 전투 파일럿 간나미 유이치. 로스톡 소속의 그에게 이전의 기억이란 없다. 그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이 키르도레라는 것과 전투기 조정법 뿐이다. 그런 유이치를 맞이한 기지의 여사령관 구사나기 스이토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그를 쫓고, 계속되는 전투는 로스톡의 승리로 이어진다. 결국 라우테른은 티쳐라 불리우는 강력한 에이스 파일럿을 전투에 투입시키는데…

평소 오시이 마모루 감독에게 큰 흥미는 없어서, 이런 작품이 있는 줄도 몰랐다가, 뭔가 볼만한 영화 없나 하고 예매 페이지 뒤지다가 발견했습니다. 오시이 마모루 08년도 작품, 한국 10월 28일 개봉. 원작 소설은 모리 히로시, 2001년 중앙공론신사 출판입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개봉하려면 멀었고, 이거나 볼까 하고 사전 조사 없이 예매했습니다. 전국에 개봉하는 곳이 딱 두 군데더군요. 삼청동의 씨네코드 선재와 코엑스 메가박스.
삼청동은 근무지가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그리 많이 가보질 않았는데 덕분에 오랜만에 가보았습니다. 삼청동에 극장이 있는줄도 몰랐지만.. 조용해보여서 괜찮으면 다음에도 다닐까 했는데 스크린이 좀 작더군요.

어쨌건 오시이 마모루 작품이라는 것만 선전이 되어 있어서(모리 히로시 한국내 지명도가 그리 높지 않기야 하지만..), 처음 제작사 이름 뜰 때 왜 중앙공론신사가 뜨나 했다가 원작 모리 히로시 보고 원작이 소설인 줄 알았네요. 엔딩 롤에는 원작 모리 히로시, 스카이 크롤러 시리즈, 라고 나오더군요.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리뷰가 ‘그간의 작품에서 보인 오시이 마모루의 세계관’을 고려해서 작성된 듯. 하지만 저는 오시이 마모루도, 모리 히로시도 그렇게까지 잘 아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원작 소설과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 작품 분위기가 이런 것이 오시이 마모루 작이기 때문만은 아닐텐데..’라고 생각은 하지만 딱히 근거는 없습니다. 그냥 느낀 것만 쓸랍니다.
(참고로 모리 히로시는 ‘모든 것이 F가 된다’를 읽고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품었던 작가인지라;)

***이하 스포일러***

배경은 근미래. 로스톡과 라우데른이라는 두 개의 전투법인이 있어 대리로 전쟁을 치르고 일반인들은 보도로 전쟁을 관망하기만 하는 세계입니다.
주인공 간나미는 사령관을 비롯해 키르도레 5명으로 이루어진 부대에 전속을 오고, 무심히 전투와 일상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 중간중간에 주위 사람들의 의미있는 시선과 묘한 기시감의 정체를 눈치챈듯 안 챈듯 하면서 말이죠.
사실 그 비밀이란 건 별로 눈치채기 힘든 것은 아니지요. ‘티쳐’라는 한계와, 반복해서 살아가는 키르도레의 운명이라든가, 쿠사나기의 절망이라든가.

저는 일단 키르도레의 존재를 전쟁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인류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쳐의 격추’로 상징되는, 전쟁의 종식을 바라며 티쳐에게 도전하는 간나미와 절망 속에서 목표를 찾은 쿠사나기, 가 결말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퇴폐적이라든가 염세적인 분위기라는 건 알고 싶지도 않아요 하지만 끝난 후 상영관에 흐르던 숙연한 분위기는 진짜 적응이 안 되었다는…!!

아, 그 와중에 히라카와 다이스케 목소리가 들려서 반가웠습니다. 다른 캐릭터는 영화 배우들이라서 잘 모르겠고.. 영어로 말하는 부분은 히라카와가 아니었던 거 같지만 ㅎㅎ

BGM도 카와이 켄지의 웅장한 음악이라 듣기는 좋았어요. 비행장면도 전부 실사에 가까운 CG라서 멋졌고… 전투기 비행신 좋아하는 분이라면 볼 가치는 충분.

그리고 중간에 한국어 자막과 일어 자막이 같은 하얀색으로 겹쳐서 짜증났습니다. 한국어도 일어도 자막이 안 보이는데 영어로 말하면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내 귀도 내 귀지만 잘 들리는 영어도 아니었고.)

***

뒷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소설 정보를 찾아보았습니다. 총 6권이 나와있네요. 각권 개요를 쓰자면(출처: 위키 메디아)

1. 스카이 크롤러 The Sky Crawlers
새로운 기지에서 옮겨온 칸나미가, 몇 번이나 출격하면서도 담담히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2. 나 바 테아 None But Air(발음이;;)
작중의 시간순으로는 가장 앞의 작품. 쿠사나기와 티쳐의 만남이 그려져 있다.

3. 다운 투 헤븐 Down to Heaven
티쳐가 사라져버린 뒤, 그 우수한 전적에서 차례로 회사의 광고탑으로 올라가는 중, 어디까지나 하늘에 있고 싶다고, 고뇌하는 쿠사나기와, 티쳐의 마음이 그려진다.

4. 플러터 린투 라이프 Flutter into Life
담담히 일상을 보내면서도, 어떤 계기로 『키르도레』와 쿠사나기의 비밀을 알게 되는 쿠리타를 맴도는 이야기.

5. 크레이드 더 스카이 Cradle the Sky
병원에서 탈주한 『나』의 도피행과, 『나』를 감싸는 여자들을 그린다. 키르도레라는 존재에 대해 처음으로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6. 스카이 이클립스 Sky Eclipse
단편집. 주인공이나 시간순에 통일성은 없다. 시리즈를 측면에서 보완하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시간이 되면 하나씩 읽어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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