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7, 8월 응급실을 돌고 있는 중입니다.
대충 일정을 정리하자면,

홀수일 오전 7시 반~다음날(짝수일) 오전 9시: 응급실. 물론 이 시간 중 잠은 못 잔다. (새벽에 환자 끊기면 1시간 정도 눈 붙이고는 하지만 날에 따라 다르다)
짝수일 오전 9시~오후 4시: 퇴근해서 수면.
짝수일 오후 4시~오후 10시: 먹고 놈.
짝수일 오후 10시~홀수일 오전 7시: 자고 일어나면 출근이라는 것을 한탄하면서 수면

이런 패턴입니다. 가끔 미친 척 하고 잠을 덜 자고는 하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 체력이 딸려요.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프고 발이 아픕니다.

응급실에서의 제 일이란, 간단히 말해서 환자가 오면 맨 처음 진료한 뒤 제가 볼 수 있는 환자면(체했거나 가시 박혔거나..) 제가 보고, 아니면 각 과 레지던트에게 연락하는 것이지요.

쓸데없는 병으로 응급실 오는 사람이 싫어요.
쓸데없는 병인데 빨리 안 봐준다고 뭐라 하면 더 짜증나요.
외래 뻔히 열려있는데 응급실 오면 바로 치료할 수 있을거라 착각하고 오는 사람들 싫어요.
술 먹고 머리 아프고 배 아프다고 오는 사람이 싫어요(그야 술 마시면 머리 아프고 배 아프지! 그것도 새벽에 와!).
그나마 그냥 아파서 오면 몰라도 제가 술 먹고 싸워서 오는 사람이 싫어요(주로 새벽에 오는 데다 신경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안과 등 볼 과도 많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온몸에 기운이 없고 어지럽다고 119 타고 오는 것도 싫어요(그야 며칠 굶으면 기운없고 어지럽겠지).
아이가 아파서 왔는데, 피 검사나 방사선은 안 찍겠다고 하는 부모도 싫어요(그럼 약국 가삼).
나 보고 간호원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싫어요(이건 이번 달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제 지쳐서 정정도 안 하지만 대신 태도가 까필해진다)
119도 싫어요. 환자 좀 작작 데려오지. 사이렌 소리랑 베드 나르는 소리 들리면 흠칫해요.

그야 장점도 있지만.
삐삐에서 해방되었고.
다른 과를 도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제가 환자를 보는 거니까, 공부도 되고.
냉방 잘 안 되는 병동과 달라서 일단 피서는 잘 하고 있고. (새벽에 눈 좀 붙일 떄는 추워서 이불이나 담요 뒤집어 쓸 정도..)
장마철이라 그런지 환자도 별로 많지 않고. 겨울이면 혈관이 수축해서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이 많아지는대

그래도 역시 빨리 9월이 왔으면 합니다..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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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길바닥에 쓰러진 환자라면 가끔 119가 태우고 오기는 하네요.
신원 확보도 안 되고 수납도 안 되어 방치되고 있자면(물론 어디 아파보이면 그냥 치료 진행하지만) 알아서 깨서 도망갑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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