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나오는 것은 엄청난 양의 변명 + 신세 한탄 + 자만 + 자괴심+ 기타 등등으로 둘둘 싸인 헛소리로,
저라는 인간을 정말로 잘 알고 싶으신 게 아니라면 읽지 마시기를 추천합니다)
네에, 어찌 되었던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끝난 것은 그저께 저녘이었건만, 지금 키보드를 치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입니다..
그것이, 그 동안의 수면시간을 대보라면
2월 5일-2시간.
2월 6일-1시간 반.
2월 7일-1시간.
2월 8일-주말이니까 8시간.
2월 9일-날밤새다.
2월 10일-역시 날밤새다. (완전히 패닉모드였음.)
2월 11일-배째고 책상에 누워서 3~4시간 정도.
2월 12일-역시 배째고 책상에 누워서 3~4시간 정도.
하지만 이런 육체적인 것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어차피 본과 올라가도 육체적으로 이 이상 힘들다고 하지는 않으니까.
제가 지금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제 자신의 정신력.
의사란 칭호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동아리 골학 때도, 성적이 잘 안 나와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예습도 공부하기 싫다며 안 해간 벌로,
결국은 맨 처음부터 재시에 걸려서 내내 재시에 시달려야 했죠..;
그 재시란 것도 전부 어디선가 스펠링이 나간 것.. 아니면 m.(근육)이라고 써야 할 것을 n.(신경) 이라고 쓰던가 그런 것.
그래도 포기 안 하고 낑낑 매달렸지만.. 3번째 시험, 그러니까 하지(골반, 다리..) 에서는 i가 이상하게 쓰였다라던가, 그림그릴 때 a.(동맥), v.(정맥) 가 구명 위를 제대로 지나가지 않게 그려서 재시-! 라는 것을 보고 급기야는 울어버렸습니다. (다음날 일어나니 눈이 부어있더군요;;)
마침 그 날이 토요일이라서 그 날은 8시간 자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부천에서 오신 부모님들이랑 같이 방 잡고, (원래 어머니 붙들고 마구 울고 싶었지만 친구가 옆에 있어서 참음) 다시 공부- 했습니다만…
날밤 새서 보기는 봤지만.. 역시 머리가 맑지 않았던 탓인지 스펠링에서 나가는 둥 해서 다시 재시. (객관식은 어려웠음..)
재시 보고 들어가면 밤 9시는 넘어있으니까 저녘도 못 먹고, 아침은 시험보고 나서 먹을 시간을 주지만 그 땐 자느라 못 먹고, 겨우 한 끼 먹을 수 있는 점심 시간때는 기운 없어서 한 숟갈정도 밖에 못 먹고.
다른 사람보다 밥을 먹었는지 어떤지에 크게 영향을 받는 저에게는 악순환이었을 수 밖에 없었다는 거죠.
결국 월요일(화요일?)밤에는 완전 패닉생태에 빠져서, 친한 선배들 붙들고 안 외워진다고 징징 댈 수 밖에 없었어요.
선배들 다 달려오셔서 기출만 외우라고 달래셨습니다만.. 기출 시험지 펴놓고 암만 노려보아도 안 외워지더라구요. 그렇다고 잠이 오는 것도 아니고,
결국 그 날 시험은 ‘분명히 내가 꼴찌일 거야’ 하면서 부들부들 떨면서 시험을 봤지만.. 저만 그런 것도 아니었던 모양으로, 다들 못 봤더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때부터는 그냥 될 대로 되라- 라는 심정이더군요. 어차피 재시 결려도 혼 나지도 않고 저녘 먹고 잘 시간이 없어지는 것 뿐이다 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다음 두 시험은 긴장이 풀려버려서, oral test 끝나는 3~4시 쯤에 책상앞에 누워서 자 버리고, 재시 걸리고, 그러고 지내다가 어제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지내는 동안 정말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맨 처음엔 ‘아버지 말씀대로 사대나 갈껄-‘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아버지께선, 일부러 힘든 의대에 들어갈 것 없이 그냥 사대나 교대 가서 선생이나 해라. 라고 하셨지만..저랑 오빠가 ‘머리가 아깝다’ ‘점수가 아깝다’ ‘방학은 좋지만 애들은 싫다’ ‘자퇴까지 해서 사대라니 체면이 안 선다’ 라는 이유로 들어오게 된 것이지만요..
이렇게 4년 이상을 (or 평생을) 힘들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니 아찔해지더군요. 이제부터라도 다시 수능봐서 전과할까. 하고.
하지만 그 때 사대나 교대에 갔더라도 분명히 지금보다 더 후회했을 것이고, 어차피 몇몇 빼고는 다 살아남으니까 괜찮겠지, 하고 그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지만..
skull 들어가서 패닉에 빠지고, 자포자기가 되어버리는 저를 보고, 과연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 동안 제가 얼마나 편하게 살아왔는지, 안일하게 살아왔는지 알겠더군요. 사실 과학고 들어가서도, 고 3이 되어서도 머리믿고 할 거 다 하고 살아왔거든요. (그 대가로 그렇게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바닥은 아니었음)
매일같이 펑펑 놀면서 살 수는 없는 겁니다. 의사든 뭐든.
게다가 제가 공부하는 데도 유급까지 당할 정도로 머리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렇다 해도 역시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거에요.
저렇게 뜻도 모르고 달달 외우는 짓을,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고. (제 특기는 암기가 아니라 이해인 겁니다!!;)
사실 이렇게 일기를 쓰면서도, 아직도 피곤해서 손을 부들부들 떨고 눈은 부은(집에 돌아와서 어머니 붙들고 울었음.. 실은 일기 쓰는 지금도 조금씩 울고 있어요) 이런 상태에서도, 지금 이렇게 쉬고 있어도 될까하는 불안감이 계속 머리를 치켜올리고 있고…
하지만 한 편으론 여전히 공부하기 싫어하는 자신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잘 버틸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어요. (몇번째 하는 말..) 개강하기 전까지 해부학은 몰라도 적어도 골학은 끝내놔야 하는 건 사실이고, 하지만 이 홈이 남아있는 한 계속 놀고싶다는 유혹이 들테니까,
(개강하고 나선 별로 그런 유혹은 안 들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세키상이니 호시상이니 컴이니 하는 것들은 완전히 잊고 살았으니까.)
그래서 원래 개강 직전에 닫을 생각이었던 이 홈을, 지금 닫아둡니다. (결론은 그것..)
4 Comments
Add Yours →토닥토닥….(-_-)
삼끼양 , 잘 할수 있을 겁니다!! 화이팅!!!
…..언제나 포스와 갈라드리엘님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어디서 쓰던 인사를 여기서;;;;)
헉….이리도 힘들었던것을…어찌….우리집에서 잘 놀다간건지 모르겠네..-_-a 쉬어야 하는데 내가 괜히 불러낸건 아닌지…으흠…어쨌든 힘내길~!!!!!
힘들기는.. OT 까지 한 번 더 다녀왔었으니까 말야…
한가지 하루냥을 볼 수 없어서 아쉽네.. 언젠간 볼 수 있겠지…
얼른 직립사진 올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