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노이시 신사 – 겨울의 다자와호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고민한 것 중 하나가 아키타현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였습니다.
아키타현은 나마하게와 온천, 이나니와 우동 정도 밖에 아는 게 없고, 혼자 여행가면서 전화해서 송영버스로 마중나오게 해야하는 온천 여관은 왠지 귀찮고 그렇다고 역 주위에 뭔가 혼자 볼만한 스팟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하다가 블로그 이웃이신 혜권님이 다자와호에 가신다는 글을 보고 그럼 나도 가야겠다 싶어서 다자와호-> 카쿠노타테에서 묵기로 결정. 카쿠노타테는 카바자이쿠 공예의 산지인 걸 예약한 후에 알아서 뭐 공예관 구경하고 왔는데 이건 내키면 포스팅하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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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와호는 일본에서 19번째로 넓고 가장 깊은 호수입니다. 세계에서는 17번째로 깊다고 하네요.
JR 다자와호역에 신칸센이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다자와호를 일주하는(약 1시간 반) 버스가 있어서 그것을 탑니다. 1210엔이고요.
봄-가을에는 유람선도 있다는데 겨울에는 버스만 다닌다고 합니다. 버스 시간표

마츠시마에 있을 때는 오 아직 단풍 남아있어 ->
히로사키에 있을 때는 아 북쪽이라고 눈 오네 ->
아오모리에 있을 때는 비가 오지만 그래도 비가 눈보단 낫다 ->
이랬던 날씨가 아키타현(산지)로 들어서는 순간..
신칸센 안에서 바라보는 아키타현

다자와호역에 내려서 버스 출발 시간까지 10분인가 15분인가 기다리고 있는데 같이 내렸던 사람의 절반은 온천 마을행 버스를 타고 떠나버리고 남은 건 저까지 7명.
다자와호 일주 버스는 앞자리에 짐칸이 따로 있어서(옛날 인천 302번 버스를 보는 듯) 여행가방을 싣고 혜권님이 알려주신 대로 오른쪽에 앉아서 출발합니다. (호수를 시계방향으로 돌기 때문에 오른쪽에 앉아야함) 7명 전부 사이좋게 오른쪽에 앉았습니다.

그나저나 이 날이 눈만이 아니라 바람도 많이 불어서, 원래대로라면 고요한 코발트색의 물을 보여줘야 할 호수는 겨울바다로밖에 안 보입니다;;

일주 버스는 중간에 두 곳에서 20, 10분 정차하는데요. 그 중 첫번째 포인트가 타츠코상이 있는 곳.
타츠코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는데, 영원히 늙지 않기를 원하다가 어찌저찌해서 용이 되고 이 호수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고.. 여튼 포토 스팟이라 사진을 찍습니다.
동영상-추워서 손이 떨리고 있음

그리고 이 타츠코상이 있는 포인트에는 작은 신사도 있는데요, 원래대로라면 신사 앞에 고슈인 등을 파는 분이 계시지만… 추워서 그런지 아무도 없었습니다 ㅠ_ㅠ
따로 종무소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죠.
20분의 시간을 받았으나 다들 추워서 절반도 못 채우고 버스로 피신합니다.

두번째 포인트는 고자노이시 신사 앞. 여기는 다행히 사람(미코..)이 있습니다.

신사 앞 도리이
왼쪽 비닐로 덮인 곳에서 고슈인을 주는데.. 춥기도 하겠고 곰이 습격하면 어떻게 막지라는 생각도 들고
이곳에서는 버스 시간 때문인지 고슈인은 기본 카키오키고, 고슈인첩을 사야 고슈인을 써주는데(라기 보다 미리 써둔 고슈인첩을 파는 거겠지) 일러스트가 들어간 미히라키(2p) 종류도 많지만 일러스트 고슈인은 직접 받는 것만 받는다는 규칙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일반 고슈인을 받아왔습니다.
추웠던 기억 밖에 안 나고.. 그래도 저 말고 같이 보러 다닌 사람이 여섯명이나 더 있어서 든든했던(?) 일정이었습니다(나만 이 추운데 이러고 있는 게 아니야!).
눈 내린 곳에 가면 정말로 꼼짝않고 여관에만 있을 생각을 하고 일정을 짜야겠다고 새삼 깨우쳤..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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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아키타-아오모리 산 속을 다니면서 곰이 나오면 어쩌지 했는데 다행히 배달도시락 신세는 면했습니다…
타츠코상 옆 신사에 아무도 안계셨군요 ㅠ_ㅠ… 저도 버스 내리자마자 갔을 땐 암도 안계셔서 당황했는데 한 5분뒤에 물고기 먹이 사려는 이들이 많아서 그런가 갑자기 스윽 나타나셔서(…) 재빨리 뛰어가서 받았더랩죠… 눈이 오고 추워서 다자와코에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 안계셨을까요. 아무튼 아쉬우시겠어용

고자노이시에도 없으면 어떻게 하나 싶었어요..^^;
가을에도 사람이 없다가 어디선가 나타났군요! 사람이 없는 신사 앞에 있는 상점이 수상하다 싶었는데 혼자 들어갈 용기가 안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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