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011년 서점 대상 대상 수상작. 졸부자면서 돈 많은 티를 내는 경부와, 한 단계 위의 재벌집 딸이면서 티를 안 내는 여형사. 여형사가 퇴근 후에 하는 사건 이야기를 듣고 ‘아가씨는 머저립니까?’하면서 진상을 밝혀내는 집사가 나오는, 6개의 단편 연작집입니다.
TV 드라마화도 되는 모양이고, 후속작도 나오는 모양.

요전의 ‘인디고의 밤’도 그렇지만, 추리소설도 점점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려 안락의자 ‘집사’ 탐정이니까 말이죠. 원래는 야구 선수나 사립 탐정이 되고 싶었다는 집사와, 그런 집사에게 반발하면서도 결국은 상담을 하게 되는 아가씨, 그리고 아가씨에게 은근 마음을 두고 있는 듯한 경부 사이에 벌어지는 만담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좀 옮겨보려고 했는데 너무 많아서 그만뒀어요.

단지, 작품 내에서도 언급되듯이 이 카게야마란 집사는 집사로서 미숙합니다. 집사로 들어와서 일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도 하고요.. 뭣보다 ‘아가씨는 머저립니까?’ 라니요! 이런 건 내 마음에 있는 집사의 모습이 아냐! 이런 걸 집사로 인정할 수는 없다!! 라고 외치는 분도 계시지 않을까(저라든가) 싶은데, 독설집사는 독설집사인 대로 만담이 성립되어서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역시, 기왕 ‘집사’를 가져가 쓸 거면 철저한 집사 캐릭터가 좋았을 걸.. 이란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닙니다. 거기에 아가씨와 집사 사이의 금단의 사랑 같은 게 들어가면 금상첨화죠.

뭐 그건 그렇고, 추리소설로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클럽 인디고’가 미스테리 요소를 가진 캐릭터 소설.. 이라고 전에 썼는데요, 사태 진전에 따라 하나하나 비밀이 밝혀지는.. 하드 보일드스러운 소설이었는데 반해, 이 쪽은 나름 이런저런 단서를 배치한 노력이 보여서 좋더군요.

그리고 표지.. 일본 쪽 표지 그림이 더 예쁩니다… 집사 보고 뱀파이어 생각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