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었습니다

어제가 생일이었습니다.
막상 생일 당일에는 포스팅할 시간이랄까 기력이 없었네요.

일단 28일 근무였기 때문에, 당연히 29일 새벽에도 근무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생일이 아니더라도 본디 응급실을 떠나는 인턴들은 한 턱 쏘는 분위기인데,
27일 새벽에 6만원 어치 보쌈 시켜 먹을 때 사다리 잘못 타 2만원 내고, ‘이러면 생일날 안 쏠 거야!’라고 툴툴거렸기 때문에, 당시 근무했던 사람들은 제 생일인 것을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일단 쏘기는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기에, 제가 출출해지는 0시 반경, ‘보쌈 말고 먹을 만한 거 뭐 없을까..?’ 하고 중얼중얼. 하지만 듣는 사람들은 무시.
(그날 점심 저녁이 고기가 나왔기 때문에 다들 고기는 당기지 않았던 상태)

응급실에서는 치킨은 환자를 몰아온다며 금기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럼 뭘 먹어야 하나 저는 혼자 고민. 주위는 무시.
2시쯤 되니까, 차지 간호사가 “얘들아, 김선영 선생님이 쏘신대잖니.”라고 언급.
주위는 “에에-? 우리는 못 들었어!”. 아마도 보쌈은 먹고 싶지 않았던 차지 간호사가 혼자 제 말 들리고 있었으나 무시했다가, 2시 되어 출출해지니까 주위에 알려준 거 같은데…
..어쨌건 이런저런 의논 끝에 중국집으로 결정.

3시가 되어 중국집 요리 도착. 마침 이 날은 환자도 없고 한가해서, 원래 두 팀으로 나눠서 먹는데 그냥 다 같이 한꺼번에 먹었네요.
“맛있겠다-” “선생님 잘 먹을게요-” 하는 중, 역시 차지 간호사가 “얘들아, 선생님 생일이잖아.”하니 “에? 생일이에요?” “아- 그래서 쏘는 구나-(다음에 떠나는 기념으로 한 턱 더 쏘라는 의미?)” 등등 발언.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 뒤,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수다를 떨다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파상풍 백신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랑 함께 도는 인턴 오빠가 “파상풍 주사는 맞아두는 게 좋은 거 같아- 은근히 여기저기 다치니까. 남는 거 없어?” “아, 나도나도-” 저도 편승했습니다.
“남아돌아. 맞아.” “선생님 생일 선물로 저희가 주사 놔 드릴께요-“라는 말에, 그럼 일단 항체 반응검사를 하고 맞자- 고 하니
“성인 되어서 맞은 적 없는데 있을 리가 있어? 반응검사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맞아”라는 차지의 말을 무시하고 일단 반응검사를 해 보았는데, 함께 도는 오빠는 (+). 저는 (-). 저만 맞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4시에 환자 한 명 보고 난 후, “저 이제 놔 줘요-” 하니, 차지 간호사, 너무나도 환자 말할 때와 같은 톤으로,
“얘들아- 김선영 선생님 Td IM deltoid에 놔 드려라-“
“(다들)….풋.”
“뭐? 내가 이상한 말 했어?” “아니-“
뭐, 그래서 올해 최초의 생일 선물은 파상풍 주사가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초등학생 때 맞은 일본 뇌염이랑 B형 간염 이후로는 팔에 맞는 것은 처음이었네요.
주사기 제작 기술(?)이 많이 발달해서인지 막상 맞을 때는 어릴 때 비해서 많이 안 아팠던 거 같은데, 근육에서 뭉친 모양인지 아립니다; 겉으로 봐서 붓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그 날 새벽 환자가 적어서, 저러고 노는 게 가능한 분위기였던 것도 있지만.
원래 4시 이후는 환자가 적어서, 두 명 중 한 명은 교대로 잡니다만, 제가 자기로 한 6시 이후 환자가 몰려서, 전체적으로 환자는 적었건만 저는 30분도 못 잤네요.
아침 9시에 퇴근한 뒤 잠에 들어, 도중에 한 번 깨서 밥 먹고, 낮 4시에 깨서 F양이랑 놀았네요. 20일만에 노래방 가니까 특이한 게 많이 등록되어 있었던.

그나저나 이제 24시간만 근무하면 응급실도 안녕입니다 >.<.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왠지 실감도 안 나고…

16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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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_< 응급실 근무도 수고하셨어요~ 생일선물로 파상풍주사, 사용하기 미묘한 용품보단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뜻깊은 선물이 아닐까 싶군요. 아픈 건 어서 괜찮아지시길ㆀ

어머나. 생일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제 친구가 간호사라서 응급실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들었는데 무사히 마치신다니 아무튼 잘 되었네요.
무엇보다 선물이 인상적입니다.^^

음, 그러니까 3시간 45분 남았습니다….
특히 응급실이 힘든 거 같아요. 인턴은 레지던트에게 깨지고 처음 환자 보는 것 때문에 마음 고생하고.
간호사도 제가 보기에 응급실이 가장 힘든 거 같습니다. 일도 많거니와 별의별 괴상한 환자들이 와서 난리치면 그거 상대하고… (저는 떠넘기고 도망..아니 다음 환자 보러 가 버리는)

まあ、実用的でいいプレゼントでしょ?
実はみんなただで注射されてんのに私だけ注射された日が誕生日だったから、プレゼントの名がついたの…

까아아악 늦었지만 축아드려요오오오오
응급실이 끝이라니 또 축하드려요
파상풍 주사라니 참 좋은 거 맞으셨네요, 게다가 역시 공짜-_-b

근데 치킨은 환자를 불러온다니
재밌는 징크스네요 ㅋㅋ

생일 축하드립니다. 눈팅만하다가 생일글을 보고 지나칠 수 없어서 글을올려요.
하도 오랜만에 와서 방명록에 쓰곤 했던 제 닉네임도 까벅었습니다. ㅎㅎ
건강하세요

아…… 누나가 싸이를 하신다고는 상상할 수 없지만;;;

8기 애들이 애니마 홈피 싸이 클럽으로 옮겼더군요. 누나 싸이 아이디 있으시면 들러보세요.

club.cyworld.com/anima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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