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본사에 수리를 다녀왔습니다.

발단은 침대 위에 pilot 레이디 화이트가 뒹굴고 있다는 걸 모르고 시트를 세탁기에 돌린 것.
그런데 열받게(?) 배럴이나 캡이 같이 망가진 거라면 미련 없이 버리겠는데 레이디 화이트는 황동으로 되어 있단 말이죠…

그래서 언젠가 도쿄 갈 때 고치자! 하고 코로나 기간 내내 고이 모셔두었다가 이번 구정 연휴에 가게 되었고. 일단 이메일로 가격이 얼마인지 문의했습니다. 많이 비싸면 보내드려야죠.

pilot 수리 문의 페이지

같은 일제 만년필인 세일러, 플래티넘과 다르게 파이로트는 방문수리가 가능하고, 접수가능한 시간은 평일 10시~11시 30분, 오후 1시~4시 30분.

보시면 550엔 이상의 상품을 대상으로 하고,
분해/조정이 필요한 경우 만년필은 1100엔, 그 외에는 550엔(소비세 포함)을 받고 거기에 부품비를 받는다고 하죠.
페이지 아래쪽에 문의 폼을 채웠더니 이메일로 답이 왔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썼더니 화요일 점심에 답이 옴)

레이디 화이트의 경우
펜 닙 4235엔, 피드 330엔, 수리비 1100엔으로 총 5665엔이 든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이 정도면 살릴만하지 하고 23일 월요일 10시 반경 파이로트 본사를 찾아갔습니다. 이토야 본점에서 걸어서 5분 정도에요.
파이롯트 서비스센터만 있는 게 아니라 본사 건물이므로… 들어가면 경비원이 있고, 수리하러 왔다고 하니 입장 카드에 이름과 시간을 기입하라고 합니다. (갖고 있다가 나중에 수리 기사님이 중간에 기입한 걸 퇴장할 때 경비원에게 돌려줍니다)
이걸 쓰고 나면 카운터의 키오스크(버튼이 네 개뿐인..) 를 쓰라고 하는데, 修理受付을 누르니 접수원에게 전화를 걸고 있으니 수화기를 들고 기다리라고 뜹니다… 에?
보니까 키오스크에 수화기가 달려있고 전화 연결음이;; 이 무슨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인가 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수리 접수입니다~’
‘만년필 수리하러 왔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김입니다’
‘앞에 보이는 계단을 타고 올라와서 기다려주세요’

전화를 끊으면 경비원이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해줍니다… 올라갑니다…
올라가면 평범한 회사? 둥근 탁자가 몇 개 있고 그 중 하나에서 회의? 같은 걸 하는 모습이 보이고, 소파에 앉아 1분 정도 기다리면, 척 봐도 수리 기사님 같은 분이(손 끝에 잉크가..) 김사마- 하면서 나오십니다. 따라 들어갑니다.

진단? 을 받고, 가격 안내를 받고(작년에 비해 가격이 좀 올랐던 모양), 수리에 동의하면 20-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며 펜을 가지고 나가십니다. 저는 그냥 앉아서 기다림.. 배럴과 캡도 세척한다고 갖고 나가심.

실제 수리는 13분 정도 걸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방?(회사 벽면에 반투명벽으로 나누어진 구획)을 슥 둘러봤는데 이런 안내문이.. 하기사 펜 여러 자루 들고 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지도. 저도 823 흐름 안 좋나 하고 들고 올까 고민했던..
이것이 분해된 피드와 닙, 인데 가격 설명할 때 닙 뒤쪽도 같이 바꿔야한다더니 그립부 이야기였구나(닙 금속 부분과 그립부 포함 가격이었음)..
나중에 생각해보니 근데 이러면 분해가 아니라 그냥 몽땅 바뀐 게 아닌가 싶은데 그랬으면 굳이 이렇게 분해하지를 않았겠지.
여튼 잘 나오는지 미세조정/시필하고, 영수증(현금만 됩니다)이랑 1년 보증서(미세조정 무료)를 받고 11시에 나왔습니다. 총 30분 걸렸네요. 부품이 있고 앞에 사람만 없으면 금방 끝나는 듯.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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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것은 본사에 가서 만년필 고쳐온 썰 푼다, 인가요. ^^
그나저나 비싼 만년필은 부품도 가격이 꽤 있네요. 수리 과정이 참 너무나 일본스러워요. =_=

저게 제가 살 땐 정가 15000엔(라쿠텐으로 사서 13000엔대에 산 듯)이었는데 그새 가격이 올라서 18000엔+tax더라구요? 일단 14k 닙이기도 하고 포기하기에 아까운 금액이고, 결국 저렇게 얇은 펜이 제 손에 맞아서… 10000엔 안쪽이면 살려야지 하고.. 그래도 각오한 것보다 닙 값이 많이 안 비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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